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by 끌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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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가을이다. 가을의 또 다른 이름은 결실과 추수의 계절이다. 햇곡식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오늘은 뭘 먹을까?’ 매일이 행복한 고민의 연속이다. 이렇게 풍요로운 시대에 어딘가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는 아이들이 있다. 과거의 일이 아니다. 2016년, 현재의 일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서는 120억 인구가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이 생산되고 있지만 하루에 10만명, 5초에 1명 꼴로 어린이가 굶어 죽는다. 이런 거짓말 같은 상황이 왜 생기는지를 설명한 책이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을 지낸 장 지글러 박사가 쓴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사진)이다. 책에서는 선진국에서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할 때 한 곳에서는 기아에 허덕일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짚고 있다. 그 중에서도 불공정한 식량배분 문제를 꼬집어 세계적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드는 의문이 있다. 바로 책의 제목이기도 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특히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굶어 죽는 이유는 뭘까?’ 아프리카 소말리아라고 하면 황량하고 메마른 땅이 연상된다. 당장 사람 마실 물도 부족한 땅에서 농사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재배되는 것이 없다 보니 먹을 것이 늘 부족할 것이리라 추측한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황량한 소말리아의 모습은 일부 지역의 사정이다. 기름지고 비옥한 땅을 꽤 갖고 있으면서도 농사를 포기하는 이유는 유럽 열강의 힘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값싼 수입 농산물의 경쟁에 맞서 자국 농민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적극적으로 해외 판매를 주선하는 정책이다. 유럽에서 들어오는 농산물이 아프리카 현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보다 더 싸다 보니 농민들은 수지타산이 안 맞는 농사를 계속할 이유가 없다.


과거 식민지 농업의 영향도 크다. 아프리카는 과거 전역이 유럽의 식민지였는데 원래는 식량자급이 충분할 정도로 다양한 작물을 생산했었다. 하지만 유럽 열강이 아프리카 각 지역을 지배국가의 필요에 의해 나누고 에티오피아는 커피만, 콩고는 콩만 생산하도록 유도했다. 이 단일작물 재배의 폐해는 해방 후에도 이어져 작물을 해외에 헐값에 팔아 얻은 수익을 통해 다시 식량을 사와야 하는 기이한 구조가 생겼다.


그렇다면 아프리카 국가들은 왜 식량 자주권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양한 노력이 있었지만 그 또한 선진국들의 힘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칠레 사례가 대표적이다. 소아과 의사 출신으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살바토르 아옌데’는 칠레 어린이들의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루에500ml의 분유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내건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 스위스의 식품업체인 ‘네슬레’에 분유 공급 협약을 제안하지만 거부당한다. 당시 칠레 농장을 장악하고 있던 ‘네슬레’ 입장에서는 칠레의 자립이 반갑지 않았다.


부르키나파소의 ‘토마스 상카라’ 대통령도 자립을 꿈꿨지만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토지국유화와 인두세를 폐지하는 등 각종 세금 정책을 개혁해 4년만에 완전히 자급자족이 가능한 농업 기반을 만들었다. 하지만 주변 아프리카 국가들로 자급자족 열풍이 확산될 것을 우려한 프랑스 정부가 상카라 대통령의 동료였던 블레즈 콩파오레를 사주해 군사 쿠테타를 지원했고 부르키나파소는 다시 기아에 허덕이게 됐다.


책은 이렇게 가슴 답답한 주제를 다루면서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동시에 유니세프(uicef:유엔 산하 아동 구호기관) 후원에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있다. 매달 내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후원금이 부패한 군부의 전쟁 자금만 불려주는 것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장 지글러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구호단체는 극단적인 조건에서 활동하고, 갖가지 모순들과 싸워야 해. 그러나 어떤 대가도 한 아이의 생명에 비할 수는 없어. 단 한 명의 아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그 모든 손해를 보상받게 되는 것이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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