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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로이 Nov 01. 2023

거의 모든 전쟁의 역사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침공한지 삼 주가 넘어간다. 까삼 로켓을 이용한 공습으로 시작한 공격은 하마스 지상군의 기습 침공까지 이어져 민간인 공격과 납치도 감행하고 있다. 이스라엘도 바로 반격하며 본격 전쟁 국면을 맞았다. 수천 명이 죽었고 수만 명이 부상을 입었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피해자 규모가 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암담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이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닌 것처럼 중동 지역은 4차 중동전쟁까지 있었을 만큼 갈등의 골이 깊다. 그렇기에 세계는 이번 전쟁이 5차 중동전쟁으로 번질 것을 우려한다.  


돌이켜보면 인류 옆에는 늘 전쟁이 있었다. 불과 100년 전인 20세기만 봐도 두 번의 세계대전, 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 1~4차 중동 전쟁과 걸프전쟁 그리고 냉전까지, 수많은 전쟁이 있었다. 전쟁의 시대였던 20세기가 저물 때, 많은 사람들이 다음 세기는 보다 평화롭기를 희망했다. 이 희망을 비웃기라도 한 듯, 21세기는 9.11테러로 시작한다. 2022년 2월에 발발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렇다면 의문이 든다. 희생과 경제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전쟁을 하는 이유는 뭘까. 과연 얻고자 한 것은 무엇이며, 전쟁이 어떻게 역사를 만들어 왔는가.  


역사학자이자 영국 육군사관학교에서 석좌교수를 지낸 군사학 전문가 제러미 블랙은 <거의 모든 전쟁의 역사>에서 전쟁의 기원부터 전쟁이 미치는 영향까지, 동서양의 전쟁을 두루 다루며, 전쟁이 세계사 전개에 가져온 영향을 분석한다. 


특히 임진왜란에 관한 서술이 흥미롭다. 1592년 임진왜란에서 초반에 일본군에 밀리던 조선군이 전세를 뒤집을 수 있었던 건 해전 덕분이었다. 당시 일본군은 수도인 한양까지 점령했고, 선조는 중국 국경까지 도주한 뒤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영토 정복 야심이 현실화되던 시점, 일본 함대는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과의 해전에서 연패를 당했다. 저자는 승리 요인을 거북선에서 찾는다. ‘거북선은 적군이 배에 올라타 백병전을 벌이지 못하게끔 육각형 금속판으로 선체를 덮었다’고 설명한다. 백병전을 막음으로써 칼, 검, 창 등 근접용 전투 무기를 활용한 일본군으로부터 입을 수 있었던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는 국경 상황을 우려해 조선에 대군을 파병했다. 철저히 국익의 관점에서 참전한 것이다. 일본 측 사료는 명군의 병력 규모가 컸던 것을 패인으로 꼽지만, 사실 일본은 말을 타고 총기에 활·창·검 등 화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명군의 전술을 당해내지 못했다. 저자는 이렇게 한발 떨어진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역사를 분석하며 명나라 쇠퇴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사후 일본 집권 세력 변화까지 담아낸다.  


이밖에 고대 이집트에서 냉전 이후까지 40개 장에 걸쳐 인류 역사의 변곡점을 만들어낸 전쟁의 역사에 대해 서술한다. 단순히 무기와 전투 기술의 역사로 전쟁사를 환원시키지 않고, 국제 동맹, 국제 정치, 국가 행정, 병참지원 등 전략적 측면에 무게를 둔다. 


미래의 전쟁은 어떻게 흘러갈까. 저자는 유례없는 인구 증가 속도를 원인으로 꼽는다. 2020년 78억 명이었던 세계 인구는 2050년 98억 명, 2100년 109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2019년 10억 명인 아프리카 인구는 2050년 24억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멘에서는 2015년 물 부족으로 인한 반란으로 정부가 전복됐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가 자원부족을 부르고 이것이 전쟁으로 번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초기 인류는 먹이를 놓고 다른 동물과 다투는 한편, 동물의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 싸워야 했다. 양상은 변할지라도 인류와 전쟁은 늘 공존하고 있다.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의 참상이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시대, 책을 읽는 내내 역사보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자꾸 떠올리게 만든다. 먼 훗날 21세기를 평가할 때는 늦었지만 전쟁을 통제하기 시작한 시기였다는 평을 받았으면 좋겠다. 


“무력 충돌 이야기는 종교가 존재해온 유구한 시간과 연관될 뿐만 아니라 인류만큼이나 오래됐고, 사실 인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는 인간의 경험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 p.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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