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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승은 May 29. 2017

두 분이 아프시면 제가 dog고생 ⑥

해외여행 시 아이들 응급 처치

두 분이 아프시면 제가 개고생이어요


희.한.하.다. 아이들이 엄마하고만 외출하면 아무 일 없이 돌아오건만 아빠 하고만 놀러 나가면 꼭 어딜 깨져서 오거나 감기에 걸려온다. 왜 그러는 걸까. 다른 집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우리 집에 계신 아버님은 신나게 놀아 주는 데는 천안 1등이나 특이하게 그 끝에 피를 보거나 울음으로 마무리가 되는 경우가 많더라는 거다. 아이가 하이퍼(hyper)가 되면  아빠는 얼티메이트(ultimate)가 되니 셋이서 노는 모습을 보면 누가 누구랑 놀아주는 건지 모르는 그림을 연출한다. 


엄마라는 사람들은 아이의 상태에 늘 촉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아이의 걸음걸이만 봐도, 점프하는 모양새만 봐도, 눈동자 굴리는 것, 눈꺼풀 쳐지는 것만 봐도 이제 좀 끊어줘야 할 타이밍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 이렇게 안테나를 세우고 아이를 지키지만 어쨌든 집 밖에 나와서 다치거나 아프면 오롯이 엄마의 몫이 된다.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내 아이가 어디가 잘 아픈지, 어디를 잘 다치는지 그럴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출발하자.



<여행자 보험>

그 해 초에 노란메리야쓰가 스키장에서 다리 골절 사고가 있었다. 우리나라 의료보험 시스템은 거의 사회주의 국가만큼이나 잘 되어있으니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엑스레이 찍고 반기브스를 하고 나왔는데 5만 원 안팎의 금액이 나왔다. 진정 아름다운 금액이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똑같은 일로 대학병원 응급실을 갔다면 일단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 한번 하시고 800불 이상 뜯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뜯긴다’는 표현에 태클 걸 수도 있지만 일단 뜯겨보면 그 느낌을 안다. 때문에 아낌없이 여행자 보험으로 중무장을 하고 떠나기로 했다. 비단 돈 문제뿐만 아니다. 돌발 상황에서 아이를 돌보는 일 외에 주판알을 튕기고 싶지 않았다. 보험 가입한 후 보험증서와 보험사 콜센터 번호를 핸드폰에 입력하고 출발하자. 물론 아무 일 없이 돌아와야겠지만 발생 가능한 최악의 상황은 예상하고 가야 위급한 상황에서 엄마도 숨통이 트이지 않겠나. 현지 한인 슈퍼마켓, 상점에서 얻을 수 있는 한인 정보지를 통해서 한인들이 개원한 병원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아프지 않을 때 미리 오려서 벽에 붙여 놓거나 사진으로 찍어서 핸드폰에 저장해서 가지고 다니자. 내가 보험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아이들과 관련된 것이니 어쩔 수 없다. 풀 커버리지(coverage)로 장착!


 [coverage: 범위를 뜻하는 말로 여기서는 insurance coverage , 보험 보장 범위를 말해요.] 



 <구강청결제> 

아이들용 마우스워쉬(mouth wash)는 한번 누르면 컵에 담길 만큼만 위에 모여서 아이들이 실수해도 다 쏟아지지 않아요. 우리나라도 아이들용은 만드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내 반입하는 가방에는 꼭 구강티슈를 챙긴다. 사실 구강티슈는 아직 이가 나오기 전 유아들을 위한 용품이지만  나는 아이들이 장거리 비행을 할 때, 음식을 잔뜩 먹은 후 차로 이동하기 전에 구강티슈로 이를 한 번씩 닦아준다.  기내에서 구강관리를 해 주는 것이 다소 유난스러워 보일 수는 있지만, 아이들 치아와 목 관리를 위해서 반드시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만약 이를 닦지 않고 건조한 비행기에서 잠이 들면 입안의 세균 때문에 아이들의 목은 쉽게 부을 수 있다. 그러면 낯선 땅을 밟자마자 고열이 나시게 되고 이는 엄마의 멍멍고생을 의미한다. 그러니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나를 위해서 또 너를 위해서 필수인 것이다. 기내에서 칫솔, 치약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아이들 용이 아니기 때문에 불편하기도 하고 또 아이 둘을 모시고 화장실로 가서 치카 시키고 가글 시키는 그런 과정이 번거롭기도 하다. 아이들이 인형처럼 곱게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아일(aisle:복도)에서 오며 가며 장난이라도 치면 이 애미가 공중에서 뚜껑 열리는 진기명기를 보일 텐데 다른 승객들한테 민폐가 될 까 봐 그냥 속 편히 구강티슈를 챙겨갔다. 가그린 같은 액체류는 극히 소량만이 기내에 반입할 수 있으며 보통은 출국 심사하기 전에 버려야 한다. 그러니 기내에서 주무시기 전에는 구강티슈와 물로 가글을 시켜드렸다. 


'에휴, 귀찮다'라고 생각하면 한없이 귀찮은 일이겠지만, 이렇게 조심하면 크게 아프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할만하다. 


 



<인후통약> 

아이들은 가글과 손만 잘 닦아도 목이 붓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혹시 다른 이유로 목이 붓는다면 빠른 시간에 고열에 대한 대처를 해 줘야 한다. 우리 두 어린이는 콧물도, 설사도 웬만하면 잘 견디고 놀지만 일단 고열이 나기 시작하면 엄마 혼을 쏙 빼놓기 때문에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만약 하와이에서 밤늦게 고열이 난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해 봤다. 누구한테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할 사람도 없고 한국처럼 응급실로 쉽게 뛰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뛴다 한들 야밤에 주무시는 한 분을 집에 두고 외출했다가는 차일드 어뷰즈[child abuse: 아동 학대]로 내가 폴리스에 잡혀 갈 판이다. 그런 상황이 벌어진 다면 나는 아픈 아이를 업고, 졸린 아이는 끌고 응급실을 가야 한다. 아! 상상만으로도 짜증이 난다. 그러니 아프면 안 된다. 물 많이 먹이고, 과로하지 않게 조절하고, 손 발 잘 닦고, 가글을 열심히 하면 인후통으로 인한 고열은 막을 수 있다. 각자의 비상약을 준비하자. 우리 아이들은 아기 때부터 한약으로 키웠기 때문에 인후통약 역시 한의원에서 과립 약으로 준비했다. 



<습윤밴드> 

내가 클 때는 없던 아이템이다. 상처 난 곳에 발라만 주면 소독부터 상처 치유까지 다 되니 아이 엄마들한테는 아주 효자상품이다. 워낙에 활동량이 많은 아이들인지라 이리저리 다칠 것을 생각해서 사이즈별로 넉넉하게 챙겨갔다. 



란셋


<알코올 스왑과 란셋> 

알코올 스왑(alcohol swab)은 알코올 솜을 압축하여 개별 포장해 놓은 것이다. 상처가 났을 때 드레싱용으로 사용하거나 아이들 배꼽이나 귀를 닦아줄 때도 사용했다. 예전에 사이판 바닷가에서 파도에 밀려 산호를 밟은 적이 있는데  크... 정말 상처와 바닷물의 결합은 죽음이었다. 게다가 물 밖으로 나와서 소독을 제대로 못하고 돌아다녔더니 그 상처가 곪고 터져서 쌩고생을 했던 경험이 있다. 역시 몸으로 체득한 고생은 수 십 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이 해변에서도 잔디밭에서도 계속 뛰므로 나는 상처치료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다녀야 한다. 


란셋은 아주 작은 침인데 혹시 벌레에 물려서 심하게 가려울 때, 냉찜질 후 가볍게 사혈을 시켜서 가려움증을 해소시킬 용도로 챙겼다. 

     

<상처연고와 스테로이드 연고> 

습윤밴드는 살이 접히는 부분은 붙여도 금방 떨어지기 때문에 박트로반을 챙겼고, 리도맥스는 예전에 처방받아놓은 스테로이드 연고인데 스테로이드 사용을 반대하지만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대비해서 챙겼다. 



<그 밖에 준비했던 아이템들 > 

안약, 식염수, 벌레퇴치제, 진통제, 해열제등이 있다. 감사하게도 한 번도 쓰지 않았지만 그래도 better safe than sorry. 

[It's better to be safe than sorry: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는 조심하는 게 낫다는 말에서 다 떼고 저렇게만 씁니다요.]             




다 적고 보니 내가 무슨 의료봉사를 가는 것도 아니고 약만 한 보따리다. 그나저나 이 와중에 내가 아프면 끝장이다. 그게 제일 큰 부담이다. 내 컨디션 조절이 가장 중요하고, 무리수를 두지 않고 아이들을 인솔해야 한다. 내가 누우면 나를 도와줄 남편도 주변 친구들도 없다는 생각에 긴장감이 밀려왔지만 닥칠 수 있는 여러 상황의 시뮬레이션을 끝내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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