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부부공무원이다.
내가 신규공무원이던 시절, 남편이 마음에 들어 사귀자고 한 게 시작이었고 마침내 우린 부부가 되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부부공무원의 단점을 몰랐다. 아니, 지금과 같았지만 체감하지 못했다.
누군가는 부부공무원의 소득은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 맞먹는다고 했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우리의 월급이 적은 편이라는 사실이 와닿았고 아이가 자라고 복직을 한 뒤에는 비상근무가 문제였다.
을지훈련 같은 커다란 훈련 때에는 만 7세 이하 아이가 있는 경우, 부부공무원 1명을 제외해 주지만 비가 많이 오거나 태풍이 오는 등의 일반적인 비상근무 때는 제외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같은 지역에서 근무하는 부부공무원의 경우 비상근무가 같이 발령되고, 발령시간이 새벽 12시면 그 시간에 아이를 친정집이든 어디든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곳에 보내고 회사로 가야 하는 게 현실이다. (최근에는 새벽 1시에 자는 아이를 친정집에 데려다주고 출근한 적이 있다.)
아이가 어느새 커서 말을 할 줄 알게 되니 가끔 우리에게 묻는다. 왜 비가 오고 태풍이 오면 엄마아빠는 곁에 있어주지 않냐고. 그러면 나는 누가 지켜주느냐고. 아직 7살도 안된 아이가 그렇게 묻는다.
물론 공무원이라면 감내해야 하는 일이라는 건 아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의 말을 들으면 나는 나의 어릴 적 모습이 떠오른다. 군무원이었던 아버지는 태풍이 오면 우릴 집에 두고 늘 부대로 들어가셨다. 그게 그렇게 잊히지 않는다. 집이 부서질 듯 바람이 부는데 우리를 지켜주는 건 엄마뿐이었다. 그때 우스갯소리로 '우리 아빠는 뭔 일만 있으면 우리를 두고 가네'라고 했는데 그 말을 내 아이에게 들을 줄이야. 거기다 나는 엄마가 있었지만 내 아이는 엄마도 없는 상황이니 나처럼 성장하면서 잊히지 않을까 걱정이다.
가끔 의원면직을 꿈꾼다. 단순히 아이와 함께 하며 많은 추억을 쌓고 아이가 두려워하는 순간을 함께하며 지켜주고 싶어서. 그러려면 일단 비상근무를 하는 공무원은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