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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ttyfree Aug 03. 2020

아주 특별한 아동상담 전략

이름하여 '용서팔찌' 만들기







 고학년을 맡은 이후로, 숱하게 생긴 사건 사고들을 감당하는 것이 나의 지상과제로 떠올랐다. 저중학년을 맡았을 당시에는 문제가 발생하면 부모님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며, 최선의 방법이었는데, 고학년들에게는 더이상 그 방법이 통하지 않음을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깨달았다. 사춘기 녀석들에게 부모나 선생이란, 가장 가깝고도 먼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 아이들과 상담을 시작해보자. 

 호기롭게 결심은 했지만 선뜻 시행할 자신이 없었다. 어른들을 대면하는 학부모 상담을 할 때의 상담 대상, 즉 학부모는 나와 비슷한 스키마와 사회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아이들은…. 나름 아동 심리를 공부했다고 하는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돌발 행동을 수시로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반응을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의미 없는 행동이다. 그래도 교실 밖으로 삐져나오려는 아이들을 안으로 잡아두기 위해서는, 무언가 특별한 전략이 필요했다.










 그 때 친한 선배 교사가 추천해주신 방법이 바로 '용서팔찌' 만들기이다. 

 말이 '용서팔찌'이지, 사실 인터넷에서 유명한 '소원팔찌'만드는 것과 방법은 유사하다.(오히려 조금 더 단순화했다.) 그래도 만드는 방법이 궁금하신 독자님들을 위해, 조악하지만 그림으로 그려보았다.


대략적인 방법 설명
다이소에 가면 저렴한 가격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십자수 실. 색깔은 아이들보고 고르라고 하면 된다.
처음 만들 때 이렇게 끝부분에 매듭을 지어주는 것이 중요.
테이프로 단단히 고정해야, 땋아줄 때 편하다.
맨 처음 아이들과 만든 용서 팔찌 완성본.









 사실 이 팔찌의 유래는, 남미의 한 축구선수가 소원을 담아 팔찌를 만들어 차고 다니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네이밍을 기가 막히게 한 덕분에 팔찌가 끊어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미신 아닌 미신이 생겨났다고. 나는 아이들과 속 이야기를 터 놓으며, '너희의 잘못을 용서한다'는 상징을 선물하려고 '용서팔찌'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상황에 따라 '화해 팔찌', '사과 팔찌' 등 다양한 이름을 붙여도 괜찮다.



 이 팔찌가 아이들과의 상담에 있어서 효과적인 이유는 첫째, 상담자와 내담자 모두 쉼없이 말을 해야한다는 부담감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아이들과의 대면에 있어서 가장 걱정되었던 것 중 하나가, 나만 떠들고 아이들은 듣기만 하는 상담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훈계나 잔소리와 다름 없는 시간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른이라는 권위 앞에 일단 주눅이 든 어린이의 입장으로서는, 능동적으로 대화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담자가 계속 질문을 던진다고 해도 자연스러운 상담시간을 이끌어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런 소소한 과업을 부여하면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들고, 상담자와 내담자 모두 '꼭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심리적 편안함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어렵지 않고 꽤 단순한 동작의 반복으로 이루어져있어, 어느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자연스러운 대화도 가능하기 때문에 솔직하고 편안한 상담진행이 가능하다.


 둘째, 상담의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구두로 진행되는 상담은 손에 잡히지 않아서, 아이들이 이의 효과에 대해 명확히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실제로 이 기법을 적용하기 전의 아이들과의 상담은, 글쎄, 내가 의도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고 싱겁게 끝나버리고 마는 경우가 많았다. (내담자인 아이가 말이 많지 않다면 말이다….) 그런데 팔찌를 만들면서 상담을 하면, 적어도 만드는 시간만큼은 상담 시간으로 확보할 수 있고, 완성을 하고 나면 '선생님이 너를 용서해', '친구와 화해한다', '친구야 미안해.'같은 메시지가 담긴 '완성품'이 생긴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상담이 끝난 후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이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



팔찌를 만들고 난 후 아이의 일기 (일부)
팔찌를 만들고 난 후 아이의 두줄쓰기
아직 팔찌를 만들지 못한 아이의 두줄쓰기









 하지만 이의 가장 큰 장점은, 나도 함께 만들면서 같이 치유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큰 소리 내지 않고 혼내지 않고도 아이들의 진심을 읽을 수 있어서 더할나위없이 행복했다. 미움보다는 용서가 쉽다고, 그들을 용서해주는 과정을 함께 겪으며 나의 마음 역시도 한결 편안해짐을 체감할 수 있었다. 무릇 이런 상담은, 교사도 함께 성장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기분 좋은 생각이 들기도. 


 이 방법을 시행하고 난 뒤에 나는 학부모상담 때도 이 상담기법을 소개하는데, 가정에서 시행하고도 효과가 아주 좋았다는 후기가 숱하게 들린다. 소원 팔찌에 얽힌 미신처럼, 우리 어른들의 소원도 이루어지고 있는걸까?

 

 우리가 원하는건 갈등이 아닌 사랑이라는 것을, 

용서팔찌를 통해 너도 나도 배우는 유쾌한 경험,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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