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rettyfree Dec 25. 2020

그림작가는 어떻게 정해지나요?

결론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





책의 삽화를 내가 담당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나서,

가장 궁금했던 점은 '어떤 분이 내 글의 그림을 그려주실까?'라는 것이다. 솔직히 초반에는 패기 있게 그림까지 그려보겠다고 결심했었지만, 막상 샘플 컷 몇 장 그려보고 나니 삽화 작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결론이 내려지기도 한 터. 초보 작가인 내가 감히 그림 작가를 논하는 게 건방져 보일까 봐 처음 출판사와 계약할 때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심 엄청나게 궁금하긴 했다.


 실제로 내 지인들도 그 부분에 대한 궁금증을 많이 갖고 있기도 했다. 그때마다 나는 '잘 모른다'라는 말로 일관하기는 했지만, 원고 작업의 끝에 다다를수록 삽화에 대한 호기심은 증폭되다 못해 폭발할 지경이었다. 아마 출간을 해본 적이 없는, 그림책에 관심 있는 분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 궁금해하실 수도 있겠다 싶어서 쓰기 시작한 애송이 작가의 글이니, 부디 가볍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근래 출간을 계획하고 있는 출판사가 둘이니, 나에게는 사례가 딱 두 가지이다. 그런데, 두 출판사의 그림작가 고르는 방법이 판이하게 달라서, 두 사례를 모두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A출판사에서는 그림작가를 어느 정도 내정한 뒤 회의시간에 슬쩍 언급만 해주셨다. 지금 연락을 해보고 있는 그림작가분이 계신데, 이러이러한 저서를 편찬하신 분이고, 저러저러한 이유로 작가님의 책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결정했다고. 함께 건네받은 샘플 삽화들이 좋았고, 첫 작품인 나와는 달리 굵직한 작품을 여럿 하신 분이라 신뢰가 생겼다. 출간 경험이 없어 그림 작가를 보는 눈이 부족한 나로서는, 미리 이러한 과정들을 일임해주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다. 더군다나 고경력 작가분과 함께하는 출간이라고 하니 왠지 내 책의 지원군이 생긴 것 같아 든든하기도 했고.


 반면, B출판사에서는 그림작가 후보를 여섯 분이나 보내주시고(시기가 시기인지라 언택트로 말씀하셨다.), 괜찮으신 분 있으시면 귀띔해달라고 말씀하셨다. 결국 최종 결정은 출판사에서 하겠지만, 작가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겨주신 것이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그림작가분들의 저서를 천천히 살펴본 뒤 글의 분위기에 가장 부합하게 그려주실 것 같은 작가분을 말씀드렸다. 아직 최종 결정은 나지 않았지만, 서툰 방법으로나마 직접 그림 작가분을 미리 만나 뵈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풍족해졌다.












 아, 그림작가와의 인세 배분도 두 출판사가 조금 다르다.

 한 출판사에서 그림작가의 지분을 조금 더 높게 책정해주었는데, 삽화의 컷 수가 다른 동화책보다 많아서 그렇다고 말씀해주셔서 납득할 수 있었다. 아무튼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고 나면, 그림작가의 스케치가 나오고, 작가와 편집자가 검토하고, 완결된 그림이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과정들을 출간하기 전에는 전혀 몰랐고, 알 방법이 없었는데, 출간 과정을 거칠 수록 내가 몰랐던 세계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 글을 읽고 누군가가 그림을 그려준다는 게 얼마나 설레고, 신나는 일인지. 첫 스케치가 나오면, 어떤 기분일까?


이런저런 과정을 알아가다 보니, 동화책이 아닌 다른 책과 같은 경우에는 삽화작가를 어떤 방식으로 결정하는지도 궁금해진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서, 출간 과정만큼은 수면 위로 많이 드러나지 않았음이 아쉬울 따름인데, 이 글이 누군가의 궁금증 해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서툴지만 진귀한 나의 출간 과정에서 내 마음의 발자취를 남길 수 있는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한없이 감사한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전 06화 네? 제 원고가 재미없다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