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번민과 함께한 세월이 오래되어 걱정은 매일 들여다보는 거울이요, 불안은 공기와도 같다. 시시 때때로 불안감에 휩싸이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한다. 대부분 타인의 감정을 지나치게 신경 쓰거나 타인의 별 뜻 없는 말과 행동에 상처를 받아서인데, 그럴 때마다 타고난 성격 장애는 참 어쩔 수 없다는 자괴의 늪에 빠진다.
나, 나, 나
나는 대체 왜 이럴까?
20대 때는 존재하지도 않는 불안을 끌어안고 살았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많이 나아지긴 했다. 그래도 갈 길이 멀다. 끝이 안 보이는 산 정상에 <건강한 멘탈>이라는 게 있다면 나는 이제 등산로 초입 약수터를 지나는 중이다.
불안이 밀물처럼 치고 들어올 땐 "뭐 어때"를 반복해서 외친다. 뭐 어때, 뭐 어때, 뭐 어때. 대부분의 불안은 거품과 같아서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걸 너무 잘 알면서도 매번 불안이라는 놈에게 습격을 당한다. 가위에 눌릴 때처럼 벌벌 떨며 발이 묶여 도망치지도 못한다.
내가 유독 작아 보이고 보잘것없어 보일 때
나 하나쯤 없어져도 누가 알아줄까 싶은 우울감과 소외감이 찾아올 때
그럴 시간에 물티슈로 상이나 한번 닦으면 좋을 텐데. 스스로가 참 한심하지만, 나를 나만큼 한심하게 여기는 사람도 없고 나를 나만큼 측은하게 여기는 사람도 없으니 나에 대한 측은지심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본다.
사소한 감정에 휩싸일 때 내가 나에게 하는 말
넌 아줌마야
정신 차려!!!
아줌마란 무엇인가?
1. 타인이 날 케어해주길 바라면 안 되는 존재
2. 나의 니즈보단 가족의 니즈가 우선
3. 자식 돌봄에 최선을 다해야 함
4. 약간의 억척스러움과 약간의 이기적인 행동도 허용되는 부류
5. (이게 핵심) 남들은 나에게 관심이 1도 없음
남들은 나에게 관심이 1도 없는데 나만 그들을 신경 쓰며 산다는 게 얼마나 불행한 일이냐. 아침에도 투닥거렸고 덥다고 부채질하는 모습이 안쓰럽다가도 가끔은 미워 보이는(미안) 남편이 있고 폭풍 땡깡을 부리다가도 세상에 나와 너만 존재한다는 듯이 나를 폭 안아주는 이쁜 딸내미가 있는데. 그 둘만 신경 쓰며 살자.
아줌마니까 정신 차리자. 멘탈 잡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