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빙수 02]
문제 공간(problem space)이라는 단어를 처음 보았을 때, 우범지대 같은 곳을 뜻하는 단어인 줄 알았다. 짐작과는 다르게 문제 공간은 심리학적 개념으로 문제에 대해 어떤 한 해결방법을 찾으려고 방황하는 일종의 심리적 미로이다.
인간의 내적 처리과정을 부호화, 저장, 인출의 형태인 컴퓨터의 처리과정에 비유하는 정보처리 이론에 따르면 문제를 출발 상태, 목표 상태, 그리고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해결 통로로 구성된다고 가정하는데, 이러한 세 가지 요소를 문제 공간이라고 한다.
따라서 문제 해결이란 문제 공간을 통과하는 정확한 통로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용 가능한 해결 통로들이 많아지거나 문제가 복잡할수록 문제 공간의 수는 확대된다. 즉, 문제 공간은 문제와 해결책 사이의 공간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가능한 전략’이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의 삶 속에서 문제 공간으로 예술을 사용한 시도를 살펴보려 한다.
인간이 주로 사용하는 문제 공간으로는 어림 법(heuristics)이 있고 대표적인 어림 법으로 수단-목표 분석, 전진 풀기, 역행 풀기, 생성하고 테스트하기 등이 있다. 가장 대표적이고 중요한 문제 공간은 수단-목표 분석이다. 문제 해결자는 추구하는 목표를 검토함으로써 문제를 분석하고 문제 공간에서의 현재 위치와 목표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자 한다. 예술에서 수단-목표 분석이 주로 사용되는 분야는 예술과 치료를 결합한 형태로 나타난다. 심리적 장애를 가진 환자의 상태가 현재 어디에 위치했는지 검토하고 환자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전략으로 예술 치료가 도입된다. 대표적인 케이스로 쿠사마 야요이와 그녀의 작품을 예로 들 수 있다.
쿠사마 야요이는 처음부터 자신의 정신질환을 의식하고 미술치료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환영을 가지고 작업하다 첫 개인전에 온 정신의학과 의사에 의해 정신질환이 있음을 발견한다. 이후 그 정신의학과 의사는 그녀의 작업이 미술치료로 작용할 수 있도록 목표를 설정하고 쿠사마 야요이를 지원한다. 사진 속 작품 <호박>에서 보이듯이 동그라미가 주는 안정감을 얻기 위하여 동그랗고 안정감을 주는 물체인 호박과 다양한 크기의 원을 그려 넣어 자신의 불안을 작품 활동으로 치료한다. 이는 쿠사마 야요이의 현재 상태와 목표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 위하여 예술을 문제 공간으로 사용한 것이다. 물론 쿠사마 야요이가 그녀의 작품 활동을 치료의 일종으로 인식하기 전에는 생성하고 테스트하기를 주로 사용한 것으로도 볼 수 있어, 그녀의 작품 활동은 두 가지 어림 법 모두 사용한 예시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로 자주 사용되는 문제 공간이 생성하고 테스트하기이다. 문제 해결자는 단순히 대안이 되는 행동들을 생성하는데 이것이 반드시 체계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단 생성하고 각 행동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를 살핀다.
https://youtu.be/jVcXb8 En_Tw <Mytic Being>, 작품 영상
주제의식이 있는 현대 미술을 ‘생성하고 테스트하기’로 볼 수 있다. 현실 세계엔 문제가 존재하고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예술가들은 여러 가지를 시도한다. 예를 들어, 인종과 성차에 따른 위계를 드러내기 위해 아드리안 파이퍼는 <Mytic Being>을 촬영한다. 예술가는 현실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예술을 사용한다. 사람들에게 현실의 문제를 인식하게 하고 관심을 끌어모아 문제의 해결책을 논의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번 작품의 생성과 테스트과 작용하지 않으면, 또 다음 작품을 생성한다. 이처럼 주제의식을 갖고 연이어서 작품을 만드는 것도 문제 공간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