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이상과 사회의 냉혹한 현실 사이에서
오늘날 교육은 ‘학생 중심’, ‘맞춤형 학습’이라는 이름 아래 개별화 교육을 지향한다. 교사는 학생의 흥미, 성향, 발달 속도에 맞추어 수업을 설계하고, 부모는 자녀의 감정과 의견을 존중하는 양육 태도를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받고 있으며, 과거 획일적이고 주입식이었던 교육 관행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학생 맞춤형 교육을 받고 자란 이들이, 과연 사회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가?
1. 맞춤형 교육의 이면: 성장 이후의 부적응
학교와 가정은 점점 더 ‘아이에게 맞추는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사회에 진입하는 순간, 개인은 더 이상 중심이 아니다. 오히려 조직과 시스템에 자신을 ‘맞춰야 하는’ 구조 속에 던져지게 된다. 이러한 전환은 많은 청년에게 정체성 혼란, 무력감, 좌절로 다가온다.
교육 단계에서는 ‘너의 속도를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받았지만, 직장은 ‘마감에 맞춰라’, ‘조직의 방식을 따르라’는 요구를 한다. 그 간극은 크고, 충격은 크다. 이때 일부 청년은 사회로부터 이탈하게 되며, 실업, 은둔, 번아웃, 정신건강 악화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
2. 통계가 말하는 현실
2022년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청년 인구 중 18.3%가 ‘니트족(NEET)’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취업, 교육, 직업훈련 중 어느 것도 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 놓여 있다. 특히 심리적 고립과 은둔형 생활을 이어가는 ‘히키코모리형 청년’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 교육이 이상만을 가르치고 현실을 준비시키지 않은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3. 이상적 교육이 재생산하는 불평등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학교가 ‘문화자본’을 통해 기존의 사회 질서를 은연중에 재생산한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학교는 평등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지배계급의 가치와 질서를 강화하는 구조적 장치”라고 비판한 바 있다. 현실의 불평등을 무시한 채 이상을 가르치기만 한다면, 오히려 교육이 더 큰 좌절과 분열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또한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은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 이론을 통해, 외부의 보호와 지시에만 의존하며 자란 개인이 현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할 수 있음을 경고하였다.
4. 교육이 감추는 것: 현실의 모순
학교는 자유와 평등, 인권, 민주주의의 가치를 가르친다. 그러나 사회는 그렇지 않다. 경쟁과 효율, 조직순응과 성과주의가 지배하는 현실 속에서, 학교 교육은 허구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학생들은 ‘이상’을 배웠지만, 정작 그 이상은 현실에서 실현되지 않는다.
이러한 괴리는 교육을 신뢰하지 못하게 만들고, 스스로를 ‘쓸모없는 존재’라고 여기는 자아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5. ‘현실 친화형 교육’의 필요성
학생 맞춤형 교육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교육의 끝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지금의 교육은 아이가 자율성과 창의성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현실 세계에서 부딪칠 ‘비합리적이고 불편한 구조’에 대한 인지력과 대응력을 길러주는 교육도 병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일본 문부과학성은 고등학생 대상 ‘사회 적응 교육’을 위한 다양한 체험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이 사회구성원으로 필요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하고 있다. 핀란드는 매년 10월 13일을 '실패의 날'로 지정하고, 학생들에게 ‘실패’를 학습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낙오와 재기 과정이 사회에서 어떻게 수용되는지를 경험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은 단순히 ‘현실에 적응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인식하고 바꿔나가는 힘까지 기르게 한다.
6. 교육의 방향을 재설계해야 한다
현재 우리는 아이에게 맞춰주는 교육을 하고 있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는 그 아이가 모든 것을 맞춰야 하는 구조로 던져진다. 그 격차는 너무나 갑작스럽고, 때로는 잔인하다. 따라서 이제는 교육이 단지 이상을 전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현실을 직시하게 하고, 동시에 그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학생 맞춤형 교육이란, 단지 아이를 위한 친절한 배려가 아니라, 세상을 살아낼 수 있는 내면의 체력과 사회적 실천력을 함께 키우는 장치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교육이 감당해야 할 다음 시대의 과제이며,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진짜 맞춤형 교육’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맞춤형교육 #학생중심교육 #개별화학습 #청소년문제 #교육현실 #사회적응 #니트족 #히키코모리 #학습된무기력 #정체성혼란 #진로교육 #자기주도학습 #학교교육 #현실친화형교육 #교육의이상 #교육의현실 #교육격차 #부르디외 #사회불평등 #문화자본 #민주시민교육 #학교의역할 #청년문제 #자아정체성 #진짜교육 #교육철학 #교육개혁 #핀란드교육 #일본교육 #실패의날 #사회적실천력 #내면의체력 #진짜맞춤형교육 #교육과사회 #미래교육 #학교변화 #교육불신 #교육의무기력 #학생성장 #성장통 #사회구조 #교육정책 #교육이슈 #교육블로그 #교육콘텐츠 #교사생각 #학부모교육 #진로불안 #자아붕괴 #교육담론 #별의별교육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