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티는 철부지가 아니다

늦게 피는 꽃들을 향한 존중의 기록

나는 ‘영포티’입니다, 당신도 그렇지 않나요?

중년, 조롱의 프레임이 된 이름

나는 지금 마흔 중반이다.
직에서는 중간 관리자, 가정에서는 가장,
그리고 사회에서는 묘하게 낀 세대다.

하지만 요즘 들어 낯선 단어 하나가 불쑥 내 앞에 다가왔다.
“영포티(Young Forty)”

처음에는 인터넷 밈쯤으로 가볍게 넘겼다.
그런데 이 단어는 점점 뉴스에, 칼럼에, 방송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조롱을 넘어 해석되고, 분석되며, 어느새
"왜 저 나이 먹고도 저러냐"는 혐오의 화살표가 되어 있었다.

놀랍게도 그 '영포티'는 바로 ‘나’였다.

왜 40대를 비웃는가?

‘나이값’이라는 잣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철 좀 들어라.”
“나이값 좀 해라.”
“꼴사납다.”

40대는 늘 이런 말에 시달린다.
그 말들은 마치 그 연령대가 되면 일정한 틀 안에서
움직여야만 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누가 정했는가? 그 ‘틀’이라는 것을?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스타일을 드러내면 ‘힙’이라 하고,
중년이 그러면 ‘영포티’라는 조롱이 따라온다.

이것은 단순한 인터넷 밈이 아니다.
사회적 낙인이고, 세대 차별이며, 혐오다.

‘낀 세대’의 진짜 이름

위로는 X세대, 아래로는 MZ세대

40대는 말 그대로 끼어 있는 세대다.
젊은 날엔 팍팍한 삶에 치여
자기 취향도, 자유도 미뤄두고
사회가 요구하는 틀에 자신을 맞췄다.

나이 든 지금,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
이제야 자신을 위해 살고 싶어진다.

그런데, 젊은 세대는 다르다.
시간, 인간관계, 사생활에 대한 인식이 분명하다.
"선 넘지 마세요"는 말이 문화가 되었고,
‘막내 노릇’이나 ‘회식 문화’는 구시대의 유물처럼 여겨진다.

그 낯선 문화 앞에서
40대는 "나이 든 내 모습"을 처음으로 직면하게 된다.

억눌린 시간의 늦바람

철부지가 아니라, ‘이제야 나를 사는 사람들’

인생에서 가장 늦은 사춘기가 온다.
20대엔 생존하느라,
30대엔 가정과 업무에 짓눌리느라
자신을 챙기지 못했던 시간들.

40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삶이 묻는다.
“이제 너는 너를 위해 살아도 되지 않겠니?”

운동을 시작하고, 나를 위한 옷을 산다.

하지만 사회는 말한다.
“그 나이에 철없다”고.
“꼴불견”이라고.

그건 비난이 아니라,
사실은 그들이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불편함이 아닐까.

‘영포티’는 누구의 거울인가

조롱 속에는 부러움이 있다

젊음을 유지하려는 40대를
꼴사납게 바라보는 그 시선 속에는
사실 부러움도 있다.

외형적으로 자신을 관리하는 사람,
패션에 관심을 갖는 사람,
자신의 삶을 즐기려는 사람에 대한
질투와 모멸감은
자신이 포기해버린 것들에 대한 미묘한 반응이다.

SNS는 이러한 감정을 ‘밈’이라는 이름으로 조롱하고,
조롱은 곧 혐오로 확장된다.

혐오를 조롱으로 포장하지 말자

영포티는 혐오의 또 다른 이름이 되어가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갈라치기의 시대다.
세대, 성별, 계층, 가치관마다 선을 긋고,
다르면 틀렸다고 말한다.

영포티 현상 역시 그 일부다.
“젊은 척하는 중년”,
“나이값 못하는 꼰대”라는 식의 비아냥은
결국 사회가 다양성을 견디지 못한다는 증거다.

이제는 다른 세대, 다른 가치관,
다른 삶의 방식도 품을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나도 지금, 두렵다

나답게 살고 싶은 나, 조롱받을까 두려운 나

나는 지금 행복하다.
하지만 동시에, 두렵다.
내가 입는 옷이, 내가 하는 말이,
내가 추구하는 삶이
누군가에게 조롱거리가 되지는 않을까.

이제서야 여유가 생겨
하고 싶은 걸 해보려는 나의 마음이
“철부지 같다”는 말로 상처 입진 않을까.

그래도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지금껏 참아온 나를
더 이상 묶어두고 싶지 않다.

삶에는 타이밍이 없다

각자의 때가 있을 뿐

누구에게나 ‘때’가 있다.
누군가는 20대에 자유를 누리고,
누군가는 40대에 비로소 자신을 마주한다.

그 누구의 삶도
조롱받을 이유가 없다.

중년에도 사랑할 수 있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으며,
멋을 낼 수 있다.

삶에는 타이밍이 없다.
단지, 각자의 시간이 있을 뿐이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

우리는 서로를 의식하지 않고도 존중할 수 있다

왜 우리는
서로를 끊임없이 평가하고 비교하고
함부로 단정지으려 하는가?

왜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을
불편해하고 험담해야만 하는가?

이제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시선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제
타인을 향한 ‘인정’이라는 표현을
‘조롱’이 아니라 ‘존중’으로
다시 배워야 할 때다.

영포티는 사회의 문제다

특정 세대의 철없음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거울

영포티 현상은
단지 40대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과 다른 사람을 희화화하며
정서적 왕따를 만드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묻고 성찰해야 한다.
이 사회는 정말 다양한 삶을
품을 수 있는가?

우리는 다른 세대와 함께
공존할 수 있는가?

당신의 ‘영포티’는 어디에 있나요?

지금, 당신도 늦게 피는 꽃일 수 있다

나는 이제,
내가 ‘영포티’임을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내가 걸어온 길을 인정하고,
이제 내가 걸어갈 길을 자유롭게 선택할 것이다.

당신도 마찬가지다.
지금이 어떤 시기이든,
당신에게도 ‘지금’이 가장 젊은 시간이다.

우리 모두,
늦게 피는 꽃이어도 좋다.
피지 못한 꽃은 있어도,
피어서는 안 될 꽃은 없다.

2025. 9. 30.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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