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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이의 눈물, 교사의 눈물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가 부른 교육의 위기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무색해진 시대다.
교실에는 '금쪽이'라 불리는 정서적으로 취약한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학교는 그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도 잃어가고 있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 가장 두려운 말 중 하나는 이것이다.
“우리 아이가 선생님 때문에 무서워서 학교 가기 싫대요. 다음에 또 힘들어하면 아동학대로 신고하겠습니다.”
이 한 문장은 교사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든다.


교사의 지도를 ‘아동학대’로 여기는 시대

아이를 지도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감정 충돌이나 생활지도의 수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정서적 학대’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교사는 교육활동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수업 자료, 상담기록, 생활지도 일지 등을 죄인처럼 꺼내 보여야 한다.

아동학대는 의심만으로도 신고가 가능하고, 그에 따라 경찰 조사와 아동학대 전문기관의 이중 수사가 진행된다.
심지어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도, 이미 교사의 삶은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상처를 입는다.
이로 인해 많은 교사가 병가·휴직을 선택하고, 학급은 해체되거나 담임 교사가 교체되는 혼란을 겪는다. 이는 고스란히 다른 학생들의 교육권 침해로 이어진다.


금쪽이는 늘어나지만, 교사는 사라진다

‘금쪽이’라는 단어가 대중화되면서, 우리는 아이의 감정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아이를 건강하게 돌볼 수 있는 공동체의 규범과 경계는 함께 약화되고 있다.

놀이터에서 형·언니·동생들과 어울리며 질서를 익히던 경험은 줄어들고,
대신 학원과 경쟁 중심의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규칙을 배우지 못한 채 감정 중심의 세계에 머무르게 되었다.
가정에서도 부모의 무조건적인 지원과 간섭 속에, ‘규율’보다 ‘요구’가 앞서는 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교실은 점점 공동체 규칙을 세우고 유지하기 어려운 공간이 되고 있다.
생활 규칙이나 약속을 지키려는 태도보다는, 자기 감정과 입장을 앞세우는 행동이 늘고 있으며,
교사의 지시조차 쉽게 무시되는 상황이 낯설지 않다.

무엇보다,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려는 시도조차 ‘정서적 학대’라는 오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이제는 교사가 손을 놓는 것만이 유일한 방어 수단이 되어버리는 기형적인 교육 현실이 형성되고 있다.


무고한 교사 보호,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이제는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악성 민원’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처벌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특히 정서적 학대와 관련된 신고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여, 교사의 교육활동을 면책 또는 예외로 규정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교사 대상 아동학대 신고에 한해서는 경찰 수사 전에 교육 전문가가 참여하는 ‘사전심사위원회’를 거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이 교사의 인권과 명예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되어야 한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위기다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 인한 교사의 병휴직, 생활지도 공백, 학급붕괴는 단지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교육의 위기이자, 공교육 시스템 전체의 붕괴를 의미한다.

우리는 지금 가르칠 수 없는 교실, 훈육조차 어려운 학교를 목도하고 있다.
교사의 손발을 묶어두고 학생만 보호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모든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건강한 아이도, ‘금쪽이’도 함께 무너진다.


부모의 인식 변화와 공공질서의 회복

이제는 학교의 공공질서와 교사의 지도권을 사회가 함께 지켜줘야 할 때다.
부모 역시 학교의 공동체 일원으로서 아이의 권리만이 아니라 ‘공동체의 규범’도 함께 가르쳐야 한다.
잘못된 부모의 과잉개입은 자녀의 인성과 사회성 발달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또한, 교육청과 국가 차원에서 교사 대상 아동학대 대응 전담팀, 심리·법률 지원 체계, 현장 대응 매뉴얼, 신속한 무혐의 복직 지원 제도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제는 교사 혼자 감당할 수 없는 문제다.


가르칠 수 있는 교실을 지키기 위해

금쪽이도, 선생님도 울지 않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교육의 본질은 아이를 키우는 일이지만, 그 중심에는 안전하고 지지받는 교사가 있어야 한다.
공교육을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해, 이제는 우리가 교사를 보호할 때다.


2025. 10. 8.(수)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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