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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가 해독제다, 단속을 넘어 ‘연결’로 마약을 이기자

마약은 마음의 위기, 지금 우리 교육은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있는가?

2025년 기준, 한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필로폰, 엑스터시 같은 강력한 합성마약이 하수도에서 검출되고, 연예인·학생·청년층까지 마약 중독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단순한 사회 문제가 아닌, 우리 아이들의 생존과 직결된 교육적 위기이다. 우리는 흔히 마약을 유통·범죄·단속의 문제로 국한해 바라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마약은 공급 이전에 ‘관계’의 문제, 곧 사회적·정서적 붕괴의 결과다.


마약의 뿌리는 정서적 결핍, 관계의 단절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선진국이 공통적으로 마주한 병리 현상이 바로 마약 중독이다. 펜타닐을 제조·공급하는 범죄 카르텔만 탓할 수 없다. 마약 사용자는 대부분 심리적 외로움, 사회적 소외, 공동체 단절 속에 놓인 개인들이다. 고립된 개인은 불안, 무기력, 공허함을 견디기 위해 ‘마약’이라는 심리적 진통제에 손을 댄다.

베트남전 당시, 전장 한가운데서도 마약을 복용했던 미군 대다수는 귀국 후 이를 끊고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왔다. 왜일까? 그들은 돌아와 ‘가정’, ‘일자리’, ‘관계’를 통해 삶의 의미를 회복했기 때문이다. 정서적 회복은 약이 아니라 관계와 역할에서 비롯된다.


경쟁의 사회, 고립된 청소년의 위기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 청년 체감 실업률, 학업 스트레스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인 청소년들의 학업 스트레스와 우울감은 우리 아이들이 이미 심각한 정신 건강 위기에 처해있음을 경고한다. SNS 속 실시간 비교와 ‘좋아요’ 경쟁은 외모·성취·삶의 질까지 무한경쟁으로 몰아간다. 실제 관계는 단절되고, 디지털 세계 속 왜곡된 이상향만 남는다. 이는 결국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자기 부정으로 이어지며, 마약과 같은 즉각적 쾌락에 의존하게 만든다.

영국 정부는 이러한 정서적 고립을 ‘공중보건의 위기’로 규정하고 세계 최초로 ‘외로움부(Ministry of Loneliness)’를 설치했다. 외로움은 전염되며, 고립은 사회 전체의 생산성과 안전망을 무너뜨린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조치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2024년 말 기준, 1인 가구는 전체의 41.8%를 차지했고, 고립은 새로운 일상이 되고 있다.


마약 예방은 '학교 속 정서적 연결망' 회복으로부터

우리는 이제 ‘마약은 위험하다’는 공포 마케팅이나 유통 단속만으로는 더 이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마약은 단순히 개인이 잘못 선택한 약물이 아니다. 그것은 외로움, 단절, 박탈, 무기력이라는 정서적 고통이 사회적으로 방기된 결과이며, 이 고통을 견디지 못한 개인이 선택하는 마지막 탈출구에 가깝다.

따라서 마약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그 뿌리에 있는 정서적 단절과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학교와 교육 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며, 이를 위한 정책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심리적 회복을 위한 공동체 기반을 형성해야 한다.

1인 가구 청년들에게는 ‘안심주택’ 제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들이 지역 커뮤니티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대학이나 지역 평생교육기관과 연계하여 청년들이 사회적 기여 활동을 통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노년층에게는 가족 대신 사회적 관계망을 만들어줄 수 있는 ‘사회적 결연 제도’를 확대 운영하여, 정서적 고립을 예방하고 일상의 의미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청소년들은 SNS 중심의 문화 속에서 자신을 비교하고, 끊임없이 검증받으려는 압박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숏폼 콘텐츠의 선정성과 자극성은 청소년의 정서적 안정성을 해치고, 왜곡된 자아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이를 방치하면 우울, 불안, 고립감을 해결하기 위해 마약성 약물이나 자극적인 자극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화될 수 있다.

따라서 학교 교육과 가정 교육 모두에서 ‘디지털 자아 회복’을 위한 정서교육, SNS 거리두기 훈련, 비판적 미디어 읽기 교육 등을 체계화해야 한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학생들의 정서적 연결망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주 1회 '디지털 쉼표 시간'을 제도화하여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협력적 대면 활동에 집중하게 할 수 있다. 또한, 교사를 '정서적 연결망 매개자'로 육성하기 위한 전문 연수를 강화해야 하며, 숏폼의 중독성과 AI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지역 커뮤니티와 사회적 조합을 활성화해야 한다.

마약 문제는 국가적 과제인 동시에 지역 사회의 책임이기도 하다. 지역 단위의 축제, 모임, 공공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소속감을 느끼고, 자신이 사회적 존재임을 자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고, 이를 ‘사회적 조합’ 형태로 제도화하여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복지의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연결을 통해 예방의 효과를 강화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마약 문제는 단속이 아니라, 단절된 인간 관계를 회복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관계의 끈이 이어지는 사회, 서로의 손을 잡아주는 공동체만이 마약 없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관계가 회복되지 않으면, 마약은 사라지지 않는다

마약은 단속만으로 줄어들지 않는다. 고립된 사회, 파편화된 개인, 느슨해진 정서적 유대가 만든 결과이기 때문이다. 가장 강력한 해독제는 서로의 손을 잡아 주는 따뜻한 연결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포가 아니라 회복, 단속을 넘어 관계의 복원이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웃은 잘 지내는가? 우리 사회는 연결되어 있는가? 오늘 교실에서 이름을 불러 주지 못한 아이는 누구인가?” 마약을 이기는 길은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교육 현장이야말로 그 연결을 다시 짜는 첫 번째 그물이어야 한다.


2025. 10. 8.(수)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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