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연 Dec 03. 2021

엄마에게 일이란...

전업맘 vs 워킹맘

    요즘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 당장 내일부터 내가 출근할 곳이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만 해도 늘 회사를 때려치우는 상상을 하루에 수백 번도 더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 막내가 초등 저학년이긴 하지만 스스로 하는 것들이 많아지고, 엄마가 나가서 돈을 많이 벌어오기를 바라는 아이들로 자랐는데, 막상 나의 출근이 없어지면 당황스러울 것 같다. 그러면서 뭐라도 할 일이 꾸준히 있다는 건 어쩌면 큰 행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만약 내가 전업주부라면 아침에 일어나서 가족들 아침식사를 만들고, 남편과 아이들을 깨워 직장과 학교를 보내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을 것이다. 철저히 식구들을 위한 아침 시간과 오전의 집안일, 청소나 빨래를 하고 나면 약간의 휴식시간이 오겠지. 커피 타임을 하거나 점심은 친구를 만나거나 동네 친한 엄마들을 만나서 수다를 떨거나 했을 것이다. 이내 오후가 되면 아이들은 하교를 할 것이고, 학원이며 간식 챙기기 등 나름 바쁜 나날을 보낼 것이다. 그게 나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느 보고에 의하면 “아이가 정서적으로 잘 크려면 엄마가 성장기에 늘 같이 있어주는 것이 안정적이다”라고 했다. 심지어 어느 유명한 스님도 엄마들 대상 강연에서 아이가 만 3세가 될 때까지는 무조건 모유를 먹이고 온전히 같이 있어주는 것이 정서발달에 가장 좋다고 하였다. 그게 옳지 않다는 것도 물론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엄마와 아이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일을 더 해야 행복한 사람이 있고, 집 안에 들어앉아 살림을 해야 더 행복한 사람이 있다. 우선되어야 하는 점은 엄마가 가장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 뭐래도 엄마가 가장 먼저 행복해져야 하고 우선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 안에서 먹고 자라는 아이도 안정되고 행복해질 수 있다. 그것이 일하는 엄마이든, 아니든 간에 그건 그리 중요한 이슈는 아닌 듯하다. 개인의 선택이고, 각 가정의 삶이기 때문에 무엇이 더 낫다라고는 단정하기 힘들다. 다만 나의 경우엔 일을 계속 유지하고 싶었던 까닭도 있었지만, 당장 일을 안 하면 왠지 나의 존재감, 즉 자존감이 매우 낮게 생각이 들었다.


     또한 결혼 전 우연히 접한 어느 뉴욕 타임스 여기자가 쓴 기사를 읽고 나서 내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녀의 주장은 간단했다. 직장 여성이 결혼을 함과 동시에 일을 그만두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사람 일은 장담할 수가 없어서 결혼 및 출산 이후 남편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 일을 할 수 없게 되거나, 사망하게 된다면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그때 여자가 일을 그만둔 상태라면 나머지 아이들과 자신의 삶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순간 나는 아찔했다.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또 안 일어난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게 인생 아니던가?


    사실 직장 생활을 거의 20년 가까이 해오면서 그와 비슷한 사례는 여러 번 목격할 수 있었다. 직장 내 같이 근무하던 남자 동료가 외벌이인데 우연히 불치병에 걸려서 나머지 식솔들을 놔두고 저 세상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 당시 나는 정말 먹먹하고 슬픈 일이라 동료로서 조의를 표했지만, 막상 큰 위로는 되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또한 하루아침에 가장을 잃고 그 막막한 현실을 갑자기 견뎌내야 하는 그의 아내와 아이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 아내도 결혼 전 하던 일이 있었고, 그것을 다시 하고자 시도를 할 수 있겠지만, 이미 경력 단절이 되고 말았을 터, 어떤 일이라도 막연히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야 했을 것이다. 극단적이지만 가슴 아픈 상황이다.


    나라고 혹시 모를 그런 케이스에 걸려들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었다. 설사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나는 더 감사하게 내 일을 충실하게 하면서 인생을 더 풍요롭게 살 수 있으리란 기대를 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하게 된 일하는 엄마라는 선택에 나는 매우 힘들었지만 추호도 후회는 없다. 힘들 때면 “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을 되새기곤 하였다. 그러면서 하루하루를 버티기도 하였고, 힘든 와중에 기쁜 일이 찾아와 주면 누구보다 크게 기뻐하며 그때를 즐겼던 것 같다. 그랬더니, 이제 막내가 열 살이 다 되고, 우리 삼 남매도 각자 일을 알아서 눈치껏 하려고 해서 엄마로서는 아주 기쁜 마음이다. 좀 더 아이들이 독립적이고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춘기 아이를 둔 친구 엄마들끼리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제 내 자식도 품 안의 자식인 거 같고, 애들은 이제 자기 친구 아니면 혼자 놀려고 한다. 그저 부모는 하고 싶다는 거 뒷바라지나, 공부 좀 하는 애들은 학원비나 과외비만 대 주면 된다."라고... 좀 씁쓸하지만 현실이다. 특히 강남과 같은 학군지에 산다면 무척 와닿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내가 일에 더 집중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