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연 Dec 29. 2021

기도의 힘

늦은 밤이나 일찍 눈이 뜬 새벽, 문득 기도라는 걸 하고 싶어 진다. 나는 아무런 종교에도 구속되어 있지 않지만, 한낱 인간인지라 무언가를 성찰하고 마음속 깊이 빌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그래서일까?

잠깐이라도 기도하고 명상하고 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지고 고요해지는 걸 느낀다. 주로 나를 중심으로 나의 내면을 뒤돌아보고, 지난 일이지만 몸서리치게 부끄러웠던 내 언행을 뉘우친다. 연속되는 인간관계 속에서 나는 아직도 말과 행동에서 무수한 실수를 하곤 한다. 남들은 비록 나로 인한 상처가 작거나 없다고 말하지만, 그건 그저 그들이 겉으로 말하는 안심 표현일 뿐, 분명 고쳐야 하는 나의 모습이 있다. 다시는 그러한 부끄러운 언행을 하지 않겠노라고 다짐을 하며 차분히 마음을 다스리곤 한다.

게티이미지

한편으로는 내 가족에 대한 기도, 그들이 부디 행복하게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바람을 불어넣는 것이다. 이건 마치 그 옛날 우리네 어머니들이 남편,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며, 시골 장독대 위에 정화수 한 그릇 받아놓고 천지신명께 빌고 빌었다는 풍습과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고 나면, 신기하게도 바깥에서 내 일이 의외로 잘 풀린다거나, 아이가 학교 시험에서 100점을 받아오는 일이 생긴다. 남편도 뜻하지 않게 회사에서 보너스를 받게 되고,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회사 휴양소에 당첨되기도 하는 경험을 한다. 모두 내 기도 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기도라는 게 분명 사람이 스스로를 붇돋우고 그 힘으로 가까운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깨닫게 된다. 그래서 생각날 때마다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기도를 하는 나다.


지금도 나의 친정어머니는 시골집 작은 한편에서 새벽잠 없는 날이면 멀리 타지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자식들을 위해 정화수를 떠놓고 새벽 샛별을 보고 두 손 모아 빈다고 하신다. 그래서일까? 그런 어머니가 계셔서 그런지 내가 아직도 건강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원천이 되는 건 아닐까 생각된다.


나의 어머니는 비록 자식들에게 요즘 세상 내 주변에서 흔하게 이루어지는 증여나 상속, 고급 사교육은 한 번도 시켜본 적 없고, 그저 평범한 소시민 중의 한 분이지만, 자식이 혼자서 어디서든 굳건히 제 길 갈 수 있게 강철 멘털을 물려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분이다. 거기에 더하여 틈틈이 자식들을 위한 갖은 정성을 다하고 있는 분이시니, 이 보다 더 좋은 정신적인 지주가 따로 없다.



부모가 되어보니, 부모라고 모두 자식에게 내리사랑을 실천할 수는 없다는 걸 깨닫는다. 사실 부모 자격이 없는 사람들도 많은 게 현실이고, 각자 상황과 형편에서 최선을 다해 자식들에게 사랑을 주고, 이제는 자식들에 민폐 끼치지 않고 여생을 조용히 살아가시는 분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최종 승리자라고 말하고 싶다. 자식으로서 부모님의 재산 상속보다 더 가치 있는 정신적인 지원, 영원히 든든한 아군을 얻었다는 것을 기도함으로써 불현듯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이전 14화 오늘 아기가 태어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