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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연 Jan 14. 2022

재테크와 부자 마인드

진정한 富란 무엇인가?

결혼 이후 나는 오랜 기간 나름의 재테크를 열심히 해 왔던 것 같다. 하지만 문득 생각해보면 그렇게 아등바등 살지 않았다고 해도 별반 차이가 없는 듯하다. 사실 결혼 전 우리 부부는 가진 돈을 몽땅 쥐어짜 내도 서울 강북 변두리 소형 아파트 전세금도 안 되는 자본금이었다. 그 돈을 갖고 우리는 당시 '생애 최초 주택 자금 대출'이라는 당시 시중 은행들이 앞다투어 프로모션하고 있던 대출상품을 이용해 과감히 매매 대금의 50%을 빌려 첫 아파트를 구입했더랬다.


뭘 알고 지른 건 결코 아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학창 시절 나는 매 학기 거의 6개월마다 한 번씩 학교 기숙사 방을 바꿔야만 했고, 사회에 나와서도 전세, 월세집을 전전긍긍하다 보니 무엇보다 내 집 갖기에 대한 절실함이 있었다. 그 결과 당시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한몫했지만, 운 좋게도 우리 집은 4년 만에 초기 매입가의 2배 이상이 올랐고, 그것을 바탕으로 또 한 번 은행 대출 레버리지를 활용하게 되었다.


사람이 한 번이 어렵지, 두 번 세 번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결혼해서 10년 간은 내 집 한 채로 2번의 갈아타기를 하면서 집을 옮겼다. 그 이후 재개발 주택 투자를 하고, 운 좋게 1년 만에 재개발 확정 발표가 나면서 2배가 되었고, 지하철 확장 노선 근처 아파트에 소위 갭 투자를 하여 장기임대주택 사업자가 되기도 하였다. 또한 서울 근교 신도시 사무실 투자도 하였다. 그렇게 최대한의 투자를 한 결과 오늘날 강남 모 처에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었다. 강남 입성은 어차피 투자보다는 실거주 목적이 크기 때문에 어차피 그냥 사는 것이다. 남들은 그렇게 열심히 재테크를 했으니까 강남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었다고들 부러워한다.


하지만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큰 욕심 없이 십 수년 전 첫 구입한 집에 계속 거주하며 열심히 저축만 하면서 주식 투자 정도만 적당히 했다면 어땠을까? 더 마음 편하고 낫지 않았을까? 가볍게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열심히 재테크랍시고 사는 집 갈아타기 및 각종 부동산 물건에 투자한 결과와 그리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부동산 거래를 하면서 각종 수수료(양도세, 보유세, 취득세, 중개수수료 등)가 생각보다 꽤 들었기 때문이다. 그게 무시 못하는 금액이다. 또한 레버리지를 활용해 주택임대를 하는 아파트와 사무실에 세입자가 때 맞춰 잘 안 들어오면 얼마나 애가 타던지... 내가 결국 이득 보자고 했던 노력들이 실제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따졌을 때는 그리 큰 이득은 아니었다는 결론이다.


나는 그 노력을 왜 했을까? 하는 생각에 미칠 때면 약간 허무해지기도 하는데, 스스로의 힘으로 한 눈 팔지 않고  열심히 산 것은 맞는 사실이기에 후회는 없다. 그래도 재테크를 한 것은 그러지 않은 것에 비해 분명한 소득은 있었다.


첫째로 실물 경제에 밝아졌다. 무엇보다 경제 기사, 경제학 원론 등 관심이 생겨서 지식이 꽤 넓어졌고, 덕분에 정치, 경제, 사회에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그래서 세상을 보는 안목이 한 차원 높아진 느낌이다.


둘째는 인맥이 넓어졌다. 투자를 하면서 본의 아니게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다수 만났고, 그들과 긍정적인 교감 및 정보 교류, 그들의 나보다 앞선 인사이트까지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자 마인드가 생겼다. 어차피 서울에 살면서 집 한채만 있었다면 그 집값은 어디라도 다 올랐다. 그것에 안주하며 소극적으로 저축만 하면서 살았다면 별 재미도 없고, 배운 것도 거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졸부가 아닌 진정한 부자가 되고 싶어 이리저리 관심을 가졌고, 그 과정에서 진짜 부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마인드와 철학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비록 부자는 아니지만, 곧 진정한 부자가 되기 위해서 즐거운 착각 속에 이미 사는 것이다.


진정한 부자란 무엇인가.


단순히 돈만 충분히 가졌다고 부자는 아닐 것이다. 사실 돈은 어느 일정 규모가 쌓여 임계점을 넘어서면 우리가 엑셀 수식이나 주판알을 튕기며 계산할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고 한다. 보통은 그 정도가 되기도 전의 사람들이 오히려 섣부르게 졸부 티를 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富'란 모든 게 풍부한 상태를 의미한다. 그것은 돈 만이 아니라 지식, 지혜, 친절, 감성 면에서도 풍부하고, 타인으로부터 충만하게 사랑과 존중을 받을 수 있어야 진정 부자라 할 수 있다.


부자는 단순히 통장에 잔고가 많거나, 큰 사업가이거나 부동산, 주식 등 자산만 많은 게 아니라 스스로의 삶에 제약 없이 자유가 충만하고, 내가 가진 돈으로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고 덜어줄 수 있는 이타심의 소유자이면서, 친구와 가족으로부터 따뜻한 사랑을 많이 받고, 내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제 때 제대로 베풀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이러한 사람이 진짜 부자이다.

그래서 내가 속한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영향력을 미치고, 그로 인해 내가 행복하고 주변 사람들도 행복해지게 하는 것, 이런 모든 것들이 진정한 부자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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