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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연 Jun 09. 2022

일하는 여성들은 잘 성장하고 있을까?

대기업 사례 중심으로

어느 날 문득 스스로 정체되었다고 느끼던 즈음,


내가 갓 인턴을 마치고,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을 때가 생각이 났다.

업무 때문에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보고서 하나를 읽은 적이 있다.

2002년 SERI 강우란 수석연구원의 '여성 인력과 기업 경쟁력' 이란 글이었다.


거기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1960, 70년대엔 저임 여공 시대가 있었고 1980년대엔 서무 여사원의 시대가 있었으며, 1990년대에 절대다수 대졸 남성에 섞여 입사한 ‘외로운 여성 공채’ 시대가 열렸다." 고 했다.  

    

그리고 삼성전자가 1993년 첫 대졸 여성 공채를 실시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일부 대기업에서 대졸 여성 공채를 시작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대졸 여직원이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시작한 것은 그 당시로 따지면 10년 정도 밖엔 안된 시점이었다는 거다. 다소 충격적이었다.  

    

대졸 여성의 본격적인 사회 진입을 시작으로 오늘날까지 따지면 약 30년이 흘렀다.


그렇다면 지금은 뭔가 많이 달라졌을까?      

갑자기 호기심이 생겨서 생각나는 주요 대기업들 공시 현황을 찾아보았다.


2021년 말 기준 주요 대기업들의 공시 보고서를 보니, 정규직 기준 여성 인력은 전체 인원의 15%~30%를 차지한다. 주로 IT 관련 업계가 여성 직원 비중이 많은 편이었다. 물론 이 중에는 대졸뿐만 아니라 고졸, 전문대졸도 포함되어 있다. 평균 근속 년수는 여성이 남성보다 대부분 낮았고, 평균 연봉 또한 여성이 남성의 70~80% 수준 밖엔 되지 않는다. 여성 임원 비중도 소수 몇 명 또는 한 자릿수 비중(Low Single Digit)이다.

   

중앙일보 이코노믹스 (2021. 8. 3)


이것의 의미는 여성은 남성보다 퇴직이 빠르고, 고위직으로 갈수록 여성 비중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평균 급여액 수 억원이 넘는 미등기임원 중 여성 임원은 고작 손에 꼽을 정도다. 그것도 어떤 회사는 최근에 외부에서 영입한 여성 임원이 거의 대부분이다. 내부 승진으로 여성이 임원이 된 케이스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졸 여성 공채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1993년 이후 약 30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 대표 대기업의 여성 인력 현황을 살펴보니, 여전히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 동시에 계속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왜 지금까지도 이런 현상이 지속되고 있으며,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이대로 가도 과연 괜찮은 것일까?  

개선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왜 우리는 여성 인력의 활용에 주목해야 하는가?


기업은 이윤 추구 집단이다. 여성 활용이 회사의 이익에 도움이 크게 된다면 앞다투어 여성 인력 확보, 양성에 힘을 쏟을 것이다. 이런 나의 생각은 현재 내가 겪고 있는 정체감과 함께 근본적인 고민을 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여성의 고교 졸업 이후 대입 실적이나 4년제 대학 졸업 현황을 보면 남성보다 오히려 더 높고, 실제 대기업 취업 면접에서 여성은 남성 대비 현격한 실력 차이를 종종 보이고 있다. 최근 내가 속한 부문의 대졸 신입사원 채용 결과에서도 역시 여성 지원자가 남성 지원자들보다 상위 성적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최종 면접 합격자를 대상으로 현업 배치를 할라치면 왠지 모르게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여성들은 뒷전이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 이유를 당시 최종 면접관으로 참여했던 임원들과 이야기해 보니, 과거 좋은 성적의 여성 또는 남성 지원자를 뽑아서 현업 배치했던 선례가 안 좋았다는 것이다. 그들이 회사에 적응을 못하거나, 단기간 내에 다른 직장으로 이탈했던 사례가 꽤 있었다. 그래서 성적 좋고 상대적으로 명문대학 출신 지원자를 꺼리게 되는데 거기에 바로 여성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면접 점수가 다소 낮더라도 소위 'humble'하고,  'hungry' 정신이 높을 것 같은 남성 직원을 최종 간택하는 것이 조직에 이롭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번은 주변 조직에서 해외 명문대 출신의 면접 성적이 좋은 여성 직원이 입사한 적이 있었는데, 몇 달 되지 않아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느낀다며 끝내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조기 퇴사한 사례가 있었다. 그것은 적잖이 벌어지고 있고, 비단 여성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남성에게도 동시에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이렇게 입사 초기부터 적잖은 편견을 받으면서 여성들은, 어렵사리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케이스가 많다. 그렇지 않고 평범하게 합격하여 현업 배치된다 하더라도 여성은 3~5년이 되면 결혼과 출산 적령기를 맞이하여 또 한 번 고민에 빠지게 된다. 남자는 결혼, 임신, 출산 등의 이벤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반면, 여성은 당장 결혼과 출산이라는 생애 중요한 변화와 이벤트에 다소 민감한 측면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예민한 성향, 모성애 등이 발휘되어 심리적으로 다소 위축되는 측면이 있다.

     

요즘에도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발현되고는 있지만, 그래도 조직 내 여성은 소위 첫 관리자인 '과장' 타이틀까지는 어렵지만 어찌 버텨서 올라가는 추세다.

한국 CXO연구소는 ‘2020년 기준 국내 주요 기업 여성 직원 인원 및 여성 관리자급 현황 조사’에서 대기업 임직원 4명 중 1명은 여성이고, 이들 여성 중에서 과장급 이상 관리자 비중은 30%라고 했다. 기업 특성에 따라서는 금융계나 화장품 회사 같이 상대적으로 여성 친화적인 기업은 여성 임직원이 50%가 넘는 곳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이들 회사 역시도 고위 여성 임원은 손에 꼽을 정도다.     


한국 CXO 연구소, 2020년 국내 주요 기업 여성 직원 및 여성 관리자급 현황

직장 여성은 ‘결혼’이라는 선택의 기로에서 망설이다 '자아실현'이라는 것에 더 중점을 두어 소위 '골드 미스'를 자처하며 자의 반 타의 반 싱글족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서도 직장 여성 3~40대 중에서 싱글족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평범한 생애 주기, 즉 결혼, 출산, 육아로 이어지는 트랙을 타려는 직장 여성들은 소위 '전투사' 되어야 한다. 크던 작던 전투력이 탑재되지 않고서는 모진 조직생활과 가정생활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아직도 워킹맘 한 명이 밖에서 맘 놓고 일하려면, 또 다른 여성의 희생과 조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게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혹은 베이비 시터이든 말이다. 아직 남성 전업주부는 흔한 사례는 아니기에 아직 가정은 여성의 손을 더 필요로 한다.      


그런 과정에서 일하는 여성은 일을 계속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여러 고민에 빠지게 된다. 결국 일을 그만두는 고비가 백만 번도 넘게 존재한다. 물론 이미 비혼 선언으로 싱글족이 된 여성은 그런대로 자유로운 편이다. 일에만 몰두하면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성이기에 현재까지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조직에서 본인만의 비전 찾기와 성장을 야무지게 쟁취하는 여성은 구조적으로 많이 찾아보기는 힘든 상태다. 이와 함께 여성 자체도 때때로 소극적인 성향을 보여 조직 내 성장에서 장애 요소를 만나기도 한다.


첫째, 대다수의 여성들은 비혼도 있지만, 일정 나이가 되면 결혼, 출산을 하게 되고, 그와 동시에 고민에 빠진다. 요즘은 결혼했다고 해서 그대로 일을 바로 그만두진 않는다. 임신을 하면 개인 건강 차이에 따라 일을 쉬기도 하고, 성향에 따라 소수의 여성들은 남성 중심의 직장 생활에 신물이  때쯤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안정감과 소속감을 더 느끼고 싶어 한다. 이 때 일을 많이 그만둔다.  

    

그렇지 않는다면, 두 번째 고비가 또 찾아온다. 바로 출산을 하고 육아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아이를 뱃 속에 갖고 일을 할 때는 그래도 할 만하다. 하지만 아이가 세상에 나오고, 그것도 하나가 아니고, 두 명, 세 명이 나온다면 소위 멘붕에 빠지는 경우가 잦아진다. 갓 태어난 아이 보육이며, 어느 정도 자란다 해도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내기나 아이를 돌봐 줄 도우미를 섭외하고, 그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또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걷잡을 수 없는 번뇌와 죄 의식이 엄습해 온다.  여기서 물론 착한 성품의 아이 아빠 역할도 무척 중요하다. 육아는 혼자가 아닌 둘이 책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정생활 및 육아에 있어서는 남성이 여성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반반씩 부담하여 각자가 동등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남편들이 아직도 많이 있고, 참여하더라도 일하는 아내를 그저 도와준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남성들이 있어서 일부 여성은 또 좌절하기도 한다.   


아이가 세상에 나오고 본격적인 육아가 시작되면서 직장을 동시에 다닌다는 것은 여성들에게 있어 '전쟁'과도 같다. 물론 개인 차이는 있겠지만 높은 모성애와 직장에서의 인정, 비전을 동시에 찾고 싶어 한다. 그 가운데  다행스럽게도 안팎으로 잘 해내고 싶고, 에너지가 충만하여 둘 다 열심히 하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실제 10년 넘게 너무도 씩씩하게 일과 가정을 양립해 온 관리자급 여성들도 육아를 핑계로 중도 퇴직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녀들과 비하인드 면담을 해보면, 겉으로 보인 사유와 사뭇 다른 경우가 많다. 겉으로는 육아에 지쳤고, 일, 가정 양립의 현명한 솔루션을 못 찾아서 가정을 조금 더 우선시하여 그만둔다고 한다. 하지만 이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많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들은 일, 가정 양립의 어려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에서 본인의 커리어 관리 및 비전을 못 찾아서 중도하차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그들 중에는 본인이 벌어들이는 월급이 아이에게 들어가는 육아비용을 상쇄하지 못해서 그만두는 케이스도 많다. 하지만 이것도 중장기적으로 생각해보면 진급 및 연차에 따른 꾸준한 연봉 인상이란 걸 통해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인데, 그 순간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건 어디까지나 여성 자체의 문제이긴 하다.  여성 자체의 성향이나 개인적인 이슈가 있고, 사회 환경이 아직 여성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왜 우리는 여성 인력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까?


존경하는 모 CEO의 말씀을 빌리자면 이렇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는 과거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발전을 할 수가 없다. 지금이 정체기라 본다. 이대로는 분명 도약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 세상의 절반이 여성이고, 내가 실제 겪어본 바로는 뛰어나고 능력 좋은 여성들이 이토록 많은데, 왜 아직까지도 여성들이 조직 내에서 큰 목소리를 많이 못 내고 영향력이 약한가? 에 대한 의문이 항상 든다. 결국 이런 것을 해결하려면 우리 사회의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특히 여성들의 섬세함, 꼼꼼함, 청렴함, 경청 능력 등 특유의 강점을 활용하여 우리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역할을 높여가게 하면 우리 기업이나 국가도 또 한 번 도약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고 하셨다.


200% 동감한다.    


그렇다면 여성 인력의 활용을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 첫걸음으로 우선 조직 차원에서 지원해야 할 사안들이 있다고 본다. 모든 일이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기본적인 전투력이 있고, 10년 넘게 조직에서 살아남은 여성 관리자들의 성장에 먼저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계적으로 그들 중심으로 여성 리더 인력을 양성하고 확대해가며 그렇지 않은 초임 여성들을 포함한 다른 여성 동료들까지 자극시키고 끌어올리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과장 이상 팀장 등 관리자이고, 기혼이며, 아이도 하나 이상인 여성들 중 직장에서도 성공하고자 열망이 있는 여성들에게 우리는 먼저 주목해야 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여성 인력들이 조기에 쉽게 주저앉지 않도록 조직 차원에서 격려하고 배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이 단순히 출산, 육아 관련 회사 차원의 복리후생 서비스를 잘해주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개별 여성 관리자의 조직 내 비전 찾아주기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끊임없는 고민과 실행이 필요할 때다.  


첫째는 여성 리더 및 후보들 대상으로 리더십 등 좋은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아직 회사는 남성 중심의 문화이고, 이들과 서로 소통하며 그 이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남성 후배, 동료, 상사들과의 교감 및 리더십 제고가 절실히 필요하다. 주변에서 보면 성별에 상관없이 기질상 보스 또는 리더의 자질을 타고난 분들도 많이 있지만, 별도의 전문 교육을 받으면 그만한 경쟁력이 더 생길 수 있다고 본다.

     

둘째는 여성들을 위한 사내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정기적인 미팅 또는 멘토링 제도 구축이 필요하다.

얼마 되지 않는 사내 여성들끼리 각 직급별로 자주 소통하고 모여서 건설적인 이야기나 어려움을 하소연하고 서로가 위로가 되는 관계만 되더라도 그 연대의 힘으로 여성들은 한 발씩 나아갈 힘을 찾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4년 전 받았던 외부 인사로부터 받았던 멘토링 경험이 정말 도움이 되었고, 기대 밖의 자극이었다고 생각한다.      


셋째는 남성들만의 짬짜미 문화, 이너써클을 탈피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이것은 최고 경영진의 관심과 배려가 꼭 필요한 사항이고, 이런 고착화된 문화를 빨리 바꾸지 못하면 회사는 5년, 10년 후에도 획기적인 성장은커녕 그냥 그 자리에 멈춰 있거나,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요즘에도 남성 리더들은 특히 외벌이인 경우 더욱, 주말마다 그들만의 리그, 즉 골프나 술을 통한 비공식 회동을 통해 중요한 인사적, 사업적 의사결정을 생각보다 많이 진행하기도 한다.


넷째는 현실적으로 우선 여성이 잘할 수 있는 분야부터 여성인력을 확대해 보자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여성이 상대적으로 다수 포진되어 있고, 잘한다고 평가받는 분야가 인사, 홍보, 구매, 경영지원, R&D 등의 기능 부서이다. 서구 유럽이나, 가까이 중국과 대만 기업들에서 보더라도 능력 있는 기혼 여성들이 꼼꼼하고 청렴하게 일처리 잘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가 있다.  

       

다섯째는 여성 인재의 외부 영입보다는 내부 승진에 초점을 두어 사내 다수의 여성 후배들의 롤 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전 COO 셰릴 샌드버그는 그녀의 저서 ‘린인’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더욱 많은 여성이 영향력을 획득하지 못하는 데는 이미 영향력을 손에 쥔 여성 탓도 있다. 이는 인정하기 고통스럽지만 사실이다. 앞선 세대 여성들은 한 기업에서 중역 자리에 올라갈 수 있는 여성은 단 한 명이라 믿었고, 대부분 그랬다. 토크니즘(tokenism, 조직이 성 차별하지 않는다는 명목으로 상징적으로 여성 리더를 한 명 정도 임명하는 주의) 시대에 여성들은 주위를 둘러보고 불공정한 체제에 대항해 힘을 합하는 대신에 서로를 경쟁자로 보았다. 야망 때문에 적개심에 불이 붙으면서 여성들은 다른 여성을 무시하고 상처 입히고 어떤 경우에는 방해공작을 벌여 희생시키기도 했다.”     


가끔 회사에서는(우리도 여성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명목으로) 외부에서 여성 인재를 한 명씩 영입하곤 한다. 물론 취지는 능력 있는 인재의 영입으로 조직에 긴장감을 주고, 여성 인력을 한 명이라도 늘려보고자 한다는 좋은 뜻이다. 그 인재는 소위 명문대 출신의 해외 유학파이며, 내로라하는 글로벌 회사의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곤 한다. 이런 상황은 신입 때부터 소위 헝그리 정신으로 버텨온 다수의 내부 여성 인재들을 좌절시키기에 충분하다. 그 영입 인재처럼 화려한 학력과 경력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경쟁의식마저 든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의 성과를 위해서 외부 여성 인재의 영입도 필요하지만, 실질적으로 내부에서 꾸준한 성장을 해 온 여성 인재를 눈여겨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결국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여성 인재 확대를 위한 도미노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여성 개인적으로 기혼 여성이 직장 생활을 하는 데 있어 최대 고비는 결국 ‘육아’라고 본다. 그것도 영유아 시기의 육아다. 말도 통하지 않는 갓난아기부터 소위 말이 통하고 의사소통이 되는 아이로 키우기까지 최소 10년 간이 최대 고비다. 해당 시기만 각자가 처한 상황에 맞춰 슬기롭게 보낸다면 생각보다 더 많은 기회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여성은 아이 보육을 하면서 직장생활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제일 크다. 경험자로서 나는 그 시기를 ‘마(魔)의 10년’이라고 칭한다. 출산 후 10년, 아이가 10살이 되는 해까지 버티면, 보통의 경우에는 아이가 어느 정도 자립을 하여 훨씬 수월해진다. (물론 아이가 두 세명 이상인 경우는 2의 2 제곱, 3의 3 제곱... 제곱승의 변수와 어려움이 있다.)    

 

이렇듯 중차대한 육아 10년 구간을 얼마나 현명하고 슬기롭게 헤쳐나가느냐. 그것이 관건이다. 주요 대기업 같은 복지가 좋은 회사라면 사내 어린이집 활용이라던가, 비용을 좀 쓰더라도 훌륭한 베이비시터와의 활용이라던가, 운이 좋다면 시댁과 친정의 어머니들까지 참여시키는 수밖에 없다. 많은 것들이 박자를 맞춰 어우러져야 하는 게 맞벌이 부부이자 직장 엄마의 현실이다. 오죽하면 ‘한 명의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까지 있겠는가! 그래도 이 시기만 버티면 많이 가벼워진다.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10살 이후부터는 돈이 아이를 키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 학원 등 아이가 여느 어른보다 바쁠 정도니까 말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일하는 여성이 버티고, 조직 내에서 본인의 커리어와 비전을 찾고, 자리매김을 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다수의 여성들이 조직장이 되고 임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성 본인이 책임감이 더 커지고 존재감이 높아져서 다양한 조직에서 긍정적인 성과도 크게 기대해 볼 만하다고 믿는다.   


앞으로 10년, 20년 후 우리 딸들이 어른이 되어 살아가게 될 사회는 지금보다는 훨씬 더 나은 환경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여성 스스로도 현명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기업이, 우리 사회가, 또 다른 수많은 조직들이 Step by Step, 조금씩 조금씩 발전해 나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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