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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연 Jul 28. 2022

남보다 더 인정받는 방법

리스크를 감수하며 도전하라

조직 내에서 우리는, 리더라면 동료와 부하직원을 평가하고, 일반직원이라면 동료와 상사의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사람은 원하든 원치 않든 서로 평가하고, 평가받는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내가 남보다 좀 더 대우받고 인정받기를 바란다. 하지만 정해진 범위와 룰이 있고, 누군가는 인정받지만, 누군가는 그렇지 않을 때 그 상대적인 차이를 과연 무엇으로 판가름하는 것이 좋은가? 때때로 시대가 요구하는 공정성과 맞물려서 고민이 되곤 한다.

  

여러 책들과 주변 선배들의 경험담을 빌어 내가 나름 내린 결론은 이렇다.

바로 '누가 더 리스크를 감수하며 도전했는가?'가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이 잘 풀리고 잘 되면 누구나 서로 격려하며 박수를 쳐 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일이 잘못되었을 때다. 더구나 그 일이 바로 내가 담당한 것일 경우에는 더욱 예민해진다. 만약 우리가 일을 선택할 기회가 있다면 잘 생각해야 한다. 잘해도 중간, 못하면 욕을 된통 얻어먹지만, 대세에 영향은 없는 일, 아니면 잘하면 큰 칭찬을 받고, 못하면 그야말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인가? 에 대한 판단 말이다.   


보통 제조업 조직은 크게 영업, 개발, 생산 R&D와 같은 직접 부문과 기획, 인사, 재무, 홍보와 같은 간접 부문으로 나뉜다. 크게 보면 우리가 어느 쪽에 속하느냐로 우선순위가 갈리고, 동일 집단 내에서도 어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일을 하고 있는지가 상대적인 평가의 차이를 만들 수밖에 없다.


만약 내가 일의 성패에 상관없이 리스크가 없는 기능직에 속해 있다면 인정에 대한 욕구를 생각보다 많이 내려놓는 게 현명하다. 하지만 동일 부문 내에서도 엇비슷한 능력과 업적을 가진 피평가자들이 있다면 누가 더 리스크를 떠안고 일을 추진했는지에 대한 판단으로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이 공정하다는 것이다. 다년간의 직간접적인 경험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여기 일 년 동안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지만 서로 다른 평가를 받은 두 팀장이 있다.  

A 영업팀장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해외 대형 고객을 맡아 매출 실적과 이익이 목표에 비해서 크게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물론 그에 따른 회사의 이윤도 높았다. 조직은 당연히 그런 그에게 대대적인 포상과 인정을 해준다. 혹자는 A 팀장이 우연히 운이 좋고 조직의 모든 지원을 받아서 쉽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A팀은 자칫 매출이 곤두박질칠 수도 있는 대형 품질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었고, 해당 팀의 민첩한 조기 해결로 간신히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었다.


반대로 B팀장은 상대적으로 작은 고객을 다수 맡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애를 썼으며, 그 결과 목표 대비 초과 영업 실적을 보였다. B팀장의 경우는 실적이 좋지 않았다 하더라도 전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아서 부담이 덜한 편이다. 하지만 B팀장은 다수의 작은 고객들을 관리하느라 갖은 고생이 많다. 그러나 조직은 B 팀장의 사정, 즉 그의 갖가지 노력과 수고는 크게 관심이 없다. 그가 결과로써 보인 매출 실적을 기반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A, B팀장 모두 성과가 좋았지만, 사업에 미치는 영향과 리스크의 깊이가 달랐기 때문에 평가는 엇갈렸다. 즉 A팀장이 더 좋은 평가 결과를 얻는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과정을 높이 산다면야 B팀장도 A팀장 못지않다. 하지만 B팀장은 영업이라는 동일 부문이지만 A팀장에 비해 부담이 덜한 보직이었다. 다수의 고객을 맡고 있었지만, 고객이 영세한 탓에 B팀장이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체제였다. 소위 고객의 흔한 갑질도 없었다. 상대적으로 B팀장은 리스크가 크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래서 확실한 것을 좋아하는 부류의 사람들은 '모' 아니면 '도' 일수도 있는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실질적이고 도전적인 A팀장과 같은 일에 모험을 거는 편이다.


하지만 그와는 또 다르게 스탭 조직이라고 하는 간접 부문은 기업의 근본적인 목표, 이윤 추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그래서 스탭 부문에서 일하는 사람은 잘 되어도 큰 칭찬을 못 받고, 대신 잘못되어도 직접적인 치명타는 없는 편이다. 그러나 이렇게 동일한 관리부서에서조차 우선순위를 가르는 것은 직접적인 리스크를 누가 더 안고 있느냐로 판단되어야 한다. 즉 일이 잘 못 되었을 경우 누가 더 책임을 지게 되느냐? 가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사회 초년 시절 특정 회사에 입사 지원을 하면서 어떤 기능 부서를 선택할 지에 대한 필연적 베팅의 순간을 맞게 된다. 처음부터 어떤 리스크도 감내할 각오로 어려운 기능을 선택한다면 운과 노력, 능력에 따라 결정되는 확률 게임이 바로 시작된다. 잘될 확률과 안될 확률이 반반이거나, 오히려 안될 확률이 높을 수도 있다. 잘되었을 경우 받게 될 보상은 크지만, 반대로 안되었을 경우 떠안게 될 치명타가 더 클 수도 있는 확률게임. 이것을 누가 더 용기 있게 받아들이고 도전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보다 공정한 세상을 위해서 의사결정권자들, 즉 리더들은 안정적인 선택을 한 사람보다는 다소 모험이 되는 일에 베팅한 사람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 건 아닐지.   

  

물론 인생이란 게 이렇게 정해진 규칙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꼭 굴러가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 삶 도처에 변수는 항상 존재하고 애써 세워놓은 규칙 따위는 한낱 휴지 조각에 불과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인생을 사는 기본 원칙, 철학은 있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소위 안전지향적인 ‘보신 주의자’ 보다는 과감히 리스크를 안고 가려는 자에게 박수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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