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운행 구간》

회귀본능

by bluepeace

도시는 밤이 되면

다른 규칙으로 움직인다.


낮에는 지도에 없는 골목이

밤에는 분명히 존재하고,

낮에는 멀쩡한 건물이

밤에는 숨을 쉰다.


나는

그걸 볼 수 있는 쪽이었다.


서른이 넘어서부터

회사에서 야간 근무를 자주 맡게 됐다.

자발적은 아니었고

항상 누군가 빠진 자리를 메우는 식이었다.


이상하게

밤만 되면 정신이 또렷했다.


가로등이 켜질수록

머릿속 잡음이 사라졌고

사람들이 귀가한 뒤

비로소 도시가 말 걸기 시작했다.


처음 눈에 띈 건

신호등이었다.


아무도 없는 횡단보도에서

초록불이 오래 유지됐다.

시간을 재보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길이었다.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었다.


그다음은

사람이었다.


막차 이후에도

정류장에 서 있는 사람들.

휴대폰도 없고

택시도 잡지 않는다.


그들은

항상 같은 위치에 있었고

항상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어느 날

한 명이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알았다.

들켰구나.


그날 이후

퇴근길이 조금씩 어긋났다.


지하철이 한 정거장 더 가거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층에 멈추거나

분명 오른쪽으로 꺾었는데

같은 건물이 다시 나타났다.


누군가는

피곤해서 그렇다고 했다.

누군가는

번아웃이라고 했다.


나는

도시가 나를 시험하고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결정적인 밤은

폭우가 쏟아지던 금요일이었다.


콜이 하나 들어왔다.

주소는 분명히 존재했지만

검색하면 나오지 않는 곳.


“야간 운행 가능 기사만.”


그 문장을 보는 순간

손이 먼저 움직였다.


차는

익숙하지 않은 도로로 들어섰고

라디오에서는

잡음 섞인 방송이 흘렀다.


“도착했습니다.”


문이 열리자

사람이 아닌 무언가가

뒷좌석에 앉았다.


거울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그것은 요금을 남기지 않았다.


대신

말을 남겼다.


“이제 슬슬

너 차례야.”


그날 이후

나는 알게 되었다.


도시에는

균열이 생기고

그 균열을 통과하지 못한 것들이

밤에 남는다는 걸.


그리고

그 경계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그들은

직업이 아니라

상태에 가까웠다.


도망칠 수 있었던 사람은

처음부터 제외되고

끝까지 버틴 사람만

이쪽으로 밀려왔다.


나도

버틴 쪽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밤의 흐름을 읽게 되었고

어느 골목이 안전한지

어느 시간대가 위험한지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내가 예민하다고 했다.


길을 잘 찾는다고 했다.


위험을 잘 피해 간다고 했다.


틀리지 않았다.

나는

밤의 질서를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도

도시는 잘 돌아간다.


낮에는

아무 일도 없다.

사람들은 출근하고

연애하고

미래를 걱정한다.


그리고 밤이 오면

나는 다시 운행을 시작한다.


지도를 벗어난 구간.

신호가 너무 오래 초록인 곳.

사람이 남아서는 안 되는 시간.


누군가는

이걸 선택이라 부르겠지만


나는 안다.


이건

발탁도

각성도 아니다.


그냥

도시에 남기로 한 사람의 이야기다.

작가의 이전글“나는 크리스천인데, 방울을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