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에피소드 모음(2)

[맥도날드 일기]

by 문영

* 2012년(만 21세)부터 2018년(만 28세)까지 경험했던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일기 시리즈

* 맥도날드 카운터, 그릴 아르바이트 했던 시절의 짧고 작은 에피소드 모음


나는 서비스직이 적성에 잘 맞는 것 같다. 일단 햄버거 만드는 게 너무 재미있어. 요새 신메뉴도 자주 나와서 행복하다. 나보다 몇 살은 어린 여자아이들과 맞장구쳐 주느라고 <귀찮게 또 신메뉴냐> 투덜거렸지만, 사실은 참 좋아. 요즈음 새로 나온 햄버거는 리코타 치즈가 들어가 심지어 아이스크림 스쿱으로 떠야 한다. 중간에 너무 뭉쳐있으면 느끼해질까 봐 바쁜 와중에 치즈를 토닥토닥 펴 주기도 하는데 누가 이 햄버거를 먹게 될까?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최근 일인데, 어떤 아이가 진상 손님 때문에 울었다고 하더라. 나는 콜라 리필을 왜 안 해주냐며 내 앞에 얼음을 뿌리고 소리를 치는 남자 손님을 마주했을 때도 별 동요는 안 되었어. 그리고 배달이 너무 늦거나 미싱이 나서 화가 난 손님 집에 대신 가서 도게자(사죄의 의미로 목을 내놓는다는 의미를 담은 일본식 절)를 하는 것도 썩 어렵지 않다. 젊음을 소진해 한 시간에 몇 천 원 받는 아이가 진상 손님 때문에 속이 상해 울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좋지 않구먼. 나는 정말 울지 않을 수 있는데 지금 주방에서 고기나 굽고 있구먼.


하지만 이런 때는 조금 어렵긴 하다. 어떤 손님이 빅맥 단품 1개, 감자튀김 단품 1개를 주문했다. 나는 당연히 <따로 주문하시는 것보다 세트로 주문하시는 게 오히려 더 저렴합니다. 콜라가 필요 없으시면 생수로 바꾸어 드릴까요?> 여쭤봤는데 굉장히 짜증을 내며 <아뇨, 아뇨 따로 하세요>라고 쏘아붙였다. 하지만 이걸 말하지 않으면 나중에 컴플레인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설명을 드릴 수밖에 없으니 오늘이 손님한테 짜증을 듣는 것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네. 또 하나, Drive-Thru손님들은 가끔 쓰레기를 버려 달라고 한다. 나는 담배꽁초가 든 컵부터 기저귀까지 이런저런 쓰레기들을 받아 본 경력이 화려한데 그중 단언컨대 가장 이상했던 쓰레기는 사용한 치실임. 어디 싸서 준 것도 아니고 그냥 그 약 40cm 정도의 치실만 받음. 나는 그것을 한참 바라보고서야 그것이 치실인 것을 깨달았다.


2014년 BK+연구원으로 장학금을 받던 시절, 사대보험 가입을 하지 않으려고 주에 15시간 미만으로만 맥도날드 일을 하고 있었다. 미근무 일자는 15일을 연속하면 안 되기 때문에 1주일에 한 번이나 2주일에 한 번은 짧게라도 꼭 일을 해야 했고 사실 명목만 아르바이트생이지 월에 10만 원 정도밖에 안 벌고 있었음. 그런데 언젠가 오토바이 사고 때문에 한 달 정도 맥도날드 일을 못 했는데 휴직 처리를 하려면 사대보험에 가입해야만 한다더라. 결국 BK+ 장학금 수령 조건에 문제가 돼서 약 200만 원가량의 장학금을 환수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나는 소득증명을 떼고 간이 형태로 사실증명서를 만들어 점장님 사인을 받고 여러 통화를 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2주에 한 번 세 시간 일한게 다입니다. 어떻게 봐주실 수 없을까요? 하고… 다행히 환수는 당하지 않았고 나는 그 이후에도 계속 맥도날드 일을 이어서 했다. 이렇게나 노력했기에 내 맥도날드 근무 기간은 (중간중간 쉰 적은 있지만) 2012년 9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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