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에는 무덤이 많다. 산골에 산소가 많은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랫동안 매장이 관습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으로 산이 대지나 논밭으로 바뀌면서 적지 않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묘가 경작지 한가운데 위치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논밭이 대지로 전용되면서 집과 묘가 이웃하게 되는 어색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인간과 귀신이 공생하는 꼴이다.
물론, 드물게는 전용 과정에서 뫼가 이전되거나 사라지지만, 현실적으로 그 자리에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더라도 토지주인이 바뀌지 않는다면 당연히 문제가 없겠지만, 주인이 바뀔 때는 복잡한 상황이 연출된다.
주인이 바뀌더라도 서로 협의 하에 문제가 해결되기도 한다. 무덤 이전을 조건으로 매매가 이루어지는 경우다. 그러나 산소가 이전 지주와 무관하거나 무연고 묘일 경우 해결이 결코 쉽지 않다. 전자일 경우 이전 지주도 똑같은 문제로 고민을 했다는 방증이고, 후자일 경우는 영원히 숙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전자는 지주가 묘 이전비용 명목으로 일정 금액(기당 100만~250만)을 지불하고 해결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는 풍수지리를 이유로 이전 절대 불가를 외치기도 한다. 때로는 이전에 합의는 했지만, 길일 선택을 이유로 시기가 특정되어 지주 의도와 다른 경우도 허다하다. 무연고 묘를 포함해 원만한 해결이 불가할 경우 일정한 법적 요건을 갖추어 해결하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상처를 입힐 확률이 높다. 뫼 주인에게는 분묘기지권이라는 권리가 있기도 하다.
필자 경우는 토지매입 일 년 전부터 눈독을 들이던 땅이라, 뫼 문제는 일단 뒤로 미루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문제 해결이 결코 쉽지가 않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전 지주는 무덤 문제를 해결하고 이 땅에 집을 지을 계획이었는데, 산소 주인이 이전 비용을 수차례 올리자 홧김에 땅을 팔아버렸단다. 필자는 원하던 땅을 구했지만 일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내년 윤달에 산소를 이전하기로 구두합의를 봤다. 결국 귀신하고 협상을 한 것이다. 그런 것을 믿지 않지만 그분들은 꼭 지켜야 할 믿음이고 신앙이다. 달리 묘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곳에 곶감덕장을 지으려던 계획이 어그러져 올해 곶감은 포기하고 말았다.
귀농·귀촌을 하면서 토지를 매입하려는 분들은 해당 필지 내에 묘 존재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계약서에 처리방법을 분명하게 적어두어야 한다. 분쟁거리는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상책이다. 바람 하나를 더한다면 앞으로는 산소를 쓰지 않았으면 한다. 개인 소유 땅일지라도 자연으로부터 잠시 임대한 것이기에 되도록 원시 그대로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다. 순백으로 물든 대간길에 상쾌한 아침인사를 건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