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짓기] 소원을 오늘의 시로 수확했습니다
나의 얕은 뿌리와 앙상한 가지에도
시라는 열매가 맺히는지
고운 빛깔에 은은한 향을 품은
유자 같은 열매가 영그는지
손을 뻗으면 닿을 높이에
시가 매달려 있는지
그러면 참 좋겠다는 소원을
오늘의 시로 수확했습니다
[단상]
“시는 열매 맺는 자리가 각각 다른 듯하다. (...) 서로 다른 높이에 서로 다른 빛깔과 굵기로 매달린 유자처럼 한 편 한 편의 시는 있는 것 같다.” (p.15)
문태준 시인의 산문집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마음의숲, 2019)에 실린 글입니다. 읽으면서 과연 시라는 열매가 맺히는 나무가 내게도 있는지, 그 열매가 빛깔과 굵기는 알맞은지, 내 손에 닿을 높이에 매달려 있는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유자 같이 향기로운 시를 따서 바구니에 담는다면 얼마나 기쁠까도 상상해보았습니다.
“다만 유자와도 같은 시가 있어 그 시들이 바구니에 담겨지더라도 개중에 한두 개의 시는 나무의 가지 제일 끝에 매달려 거둬들여지지 않고 남겨져도 좋겠다. 그러면 그 남겨진 시는 햇살과 바람의 일부가 되거나, 새의 일부가 되거나, 별과 허공의 일부가 되거나, 벌레의 일부가 되거나, 툭 떨어지거나, 그곳에 시가 매달려 있었다는 기억이 사라질 때에 함께 사라질 것이다.” (p.17)
시인의 마음은 역시 너그럽습니다. 가지 제일 끝에 달린 열매는 자연에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합니다. 저는 오늘의 시 수확에 급급해 시인처럼 시라는 열매를 가지 끝에 남겨둘 마음의 여유는 없네요. 시인의 넉넉한 마음을 배우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사진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