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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미 Oct 28. 2020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시 읽기] 나태주 '멀리서 빈다'



멀리서 빈다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 시집 『멀리서 빈다』 (시인생각, 2013)     




[단상]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는 시인의 당부가 세상 멀리 보이지 않는 곳곳에까지 닿을 것만 같다.

오늘 하루도 참 수고했다고 나와 너, 한 사람 한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등을 두들겨주는 따스한 손길 같다.



*사진: 17년 가을, 국립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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