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나태주 '멀리서 빈다'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 시집 『멀리서 빈다』 (시인생각, 2013)
[단상]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는 시인의 당부가 세상 멀리 보이지 않는 곳곳에까지 닿을 것만 같다.
오늘 하루도 참 수고했다고 나와 너, 한 사람 한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등을 두들겨주는 따스한 손길 같다.
*사진: 17년 가을, 국립수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