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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미 Nov 03. 2020

다르다와 틀리다 사이

[시 읽기] 천양희 '차이를 말하다'



차이를 말하다


                              천양희     


그날 당신은 다르다와 틀리다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지요 당신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다르다는 것은 인정한다고도 말했지요 그 말 듣는 날이 얼마였는데 어떤 일이든 절대적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다니요 정도의 차이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할 때마다 나는 또 몇 번이나 자기를 낮추는 것과 낮게 사는 것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을까요 고독 위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나를 당신은 독락당에 우뚝 세워놓습니다 오늘은 독수정이 고독을 지킵니다 처음으로 즐기는 것이 지키는 것과 정도 차이라고 당신은 말합니다 내 의견에 한 의견을 슬쩍 올려놓고 보아요 그래도 다른 것은 다른 것이고 내 생각 깊은 자리 한 생각 잠시 머뭇거려도 그 자리 다른 것은 다른 것이지요 저 자연스러움과 자유스러움의 차이 그 차이로 차별 없이 당신과 나는 당신과 나를 견뎠겠지요 다르다와 틀리다 사이에서 한나절을 견디겠지요     


- 시집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창비, 2011)     




[단상]

차이를 말할 때 당신은 일관적이지 않다. 하루는 다름을 인정한다고 말해놓고, 다른 날은 ‘절대적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며 ‘정도의 차이’ 일뿐이라고 말한다. 후자는 차이를 무시하고 같음을 전제로 한 발언이다.      


시인은 자신의 의견에 그의 의견을 겹쳐 보지만, 포개어지지 않는 생각은 명백히 ‘다른 것’ 임을 증명할 뿐이다. 그래서 시인은 오늘도 ‘고독 위에 우두커니 서 있’다. 시인에게는 ‘다르다와 틀리다’ 사이에 차이가 있듯, ‘자기를 낮추는 것과 낮게 사는 것’, ‘자연스러움과 자유스러움’은 명백히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언어에 예민한 시인에게는 이 차이를 차별 없이 견디는 것이 더욱 가혹한 일일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이것조차 당신과 나의 차이로 수용하며 ‘다르다와 틀리다 사이에서 한나절을 견’딜 수밖에.



*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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