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백무산 '촛불 시위'
백무산
하나의 불꽃에서
수많은 불꽃이 옮겨 붙는다
그리고는
누가 최초의 불꽃인지
누가 중심인지
알 수가 없다
알 필요도 없어졌다
중심은 처음부터 무수하다
그렇게 내 사랑도 옮겨 붙고
산에 산에
꽃이 피네
- 시집 『길은 광야의 것이다』 (창비, 1999)
[단상]
불은 중심에서 점점 외연을 키우며 번진다. 불꽃이 옮겨 붙은 곳은 이내 활활 타오른다. 모든 것을 불태워 소실시킨다는 측면에서 불의 강한 생명력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런데 불은 어둠을 밝혀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주위가 온통 캄캄할 때 촛불 하나는 미약하지만 앞길을 비추는 빛이 된다. 그리고 이럴 때 하나둘 퍼지는 불꽃은 희망이다. 저마다가 중심인 불씨다. 꺼지지 않는 생명력이다. 수많은 촛불이 한데 모이면 촛불 시위가 된다. 강산을 수놓는 꽃불이 된다.
*사진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