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연미 Dec 07. 2020

플라스틱을 먹는다

[시 읽기] 정연홍 '발칙한 플라스틱'



발칙한 플라스틱


                                      정연홍   

  

플라스틱을 먹는다     


플라스틸 나물 플라식탁 밥 플라식틱 국 플라숯틱 고기 플라소틱 김치 플라수틱 물고기

     

플라스틱 밥상

플라숙틱 집

플라속틱 베개

플라순틱 이불

     

평생 나만 사랑해 주기로 약속한

플라술틱 애인     


플라서틱 자동차를 타고

플라사틱 도시를 지나

플라ㅅ틱 사출공장 공원인

나     


플라스틱 풀라스틱 푸라스틱 뿌라스틱

플라스 인생

플라스틱 인간

플라ㅅㅌ이 지구를 지배한다

플라스틱 우주

     

플라선틱 비행기가 날아간다    

 

고래 배 속에서 드론이 발견되었다     


- 시집 『코르크 왕국』 (파란, 2020)     




[단상]

플라스틱이 발칙하게도 시가 되었다. ‘플라스틱 풀라스틱 푸라스틱 뿌라스틱’으로 다양하게 변주되는 플라스틱은 단순한 언어유희가 아니다. ‘플라스틱 도시’, ‘플라스틱 지구’의 현실을 비틀어 풍자한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놀랍게도 온통 플라스틱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 쇼핑과 배달 음식 이용이 늘면서 자연스레 플라스틱 쓰레기도 늘었다. 재활용되지 못한 플라스틱은 지구 어딘가에 쌓여 있다가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생명체에 녹아든다.      


시를 읽으며 작년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던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展>의 물벼룩 사진이 떠올랐다. 물벼룩의 배 속에서 예쁘게 반짝거리던 빛의 정체는 미세 플라스틱이었다. 이 사진은 우리에게 경고한다. 우리도 ‘플라스틱을 먹는다’고. 이대로라면 시에 쓰인 그대로 ‘플라스틱 인간’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展> 물벼룩 속의 미세 플라스틱  *출처: Google


*사진 출처: pixabay

매거진의 이전글 11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