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장석남 '낮은 목소리'
낮은 목소리
장석남
더 작은 목소리로
더 낮은 목소리로, 안 들려
더 작은 목소리로, 안 들려, 들리질 않아
더 작은 목소리로 말해줘
라일락 같은 소리로
모래 같은 소리로
풀잎으로 풀잎으로
모래로 모래로
바가지로 바가지로
숟가락으로 말해줘
더 작은 목소리로 말해줘
내 사랑, 더 낮은 소리로 말해줘
나의 귀는 좁고
나의 꿈은 옹색해
큰 소리는 들리지 않는데
너의 목소린 너무 크고 크다
더더 낮고 작은 목소리로 들려줘
저 폭포와 같은 소리로, 천둥으로,
그 소리로
- 시집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문학과지성사, 2005)
[단상]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상대방에게 들리는 목소리로 말해야 한다. 여기서 ‘들린다’는 것은 물리적인 소리의 높낮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에 주파수를 맞춰야 한다는 말이다.
크고 거창한 말보다 낮고 소박한 말이 마음의 벽을 뚫고 전달되는 법이다. 그럴 때 라일락 같은 소리로 말해도 천둥과 같은 소리로 상대방에게 들리는 것이다. 시인의 말처럼 ‘더더 낮고 작은 목소리로’ 말하라.
*이미지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