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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책은 끊어 먹고
큰 책은 베어 먹고

[시 읽기] 안도현 '책 먹는 아이'

by 이연미


책 먹는 아이


- 안도현


긴 책은 끊어 먹고

큰 책은 베어 먹고

얇은 책은 핥아 먹고

질긴 책은 삶아 먹고

두꺼운 책은 데쳐 먹고

딱딱한 책은 끓여 먹고

싱거운 책은 간장 찍어 먹고

쓰디쓴 책은 설탕 찍어 먹고


먹어도 아무리 먹어도

똥배는 안 나오네


-『현대시학』 (2009년 5월호)




[단상]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책을 편식하지 말자.


긴 책도, 두꺼운 책도, 쓰디쓴 책도

요리조리 요령껏 조리하면

다 소화할 방법이 있으리니.


커피 한 잔 후식으로 곁들이면

금상첨화.


먹어도 아무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책탐이렷다.


*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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