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는 지남철처럼 나의 북쪽을 향해
긴 시간 숙고 끝에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퇴사’라고 썼지만 회사를 그만둔다기보다는 한 자리에 머물러 있기를 그만둔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익숙함은 곧 삶의 진부함이 되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유명한 지남철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나침반에서 북극을 가리키는 지남철은 항상 그 바늘 끝을 떨고 있습니다. 떨지 않고 한 방향에 고정되어 있는 지남철로는 어디가 북쪽인지 알 수 없습니다. 신영복 선생은 ‘지남철의 여윈 바늘 끝처럼 항상 고민하고 모색하는 존재가 지식인의 초상’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까지 거창하지 않더라도, 지도 위 한 곳에 지표를 찍고 비바람 몰아쳐도 꿈쩍하지 않는 그런 뚝심이 저는 없습니다. 비바람은 피하고 볼 일이지요. 어쩌면 저도 누군가를 비판하면서 나는 더 나은 존재라 위안하며 그대로 머무를 수도 있었을 겁니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말이죠.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
하지만 타협할 수 없는 순간이 있습니다. 전구의 필라멘트가 딱 하고 끊어지는 것만 같은, 그대로 돌아서서 길을 떠나게 만드는 그런 순간 말입니다. 어슐러 K. 르 귄의 단편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에서 위선을 거부하고 침묵하며 떠나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러했을까요?
다행히 떠나기 위해 여윈 바늘 끝을 떨다 보니 나만의 북쪽이, 삶의 방향성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열린 가능성이 있으면 그리로 뛰어드는 게 저라는 사람인가 봅니다. 지금의 저를 만든 것도 이 같은 도전 정신이겠지요.
그렇게 저는 한 회사에서 8년 하고도 4개월, 한 분야에서 15년의 경력을 뒤로하고, 이제 새로운 여정을 떠나려고 합니다. 그 여정의 어딘가에서 마주치게 된다면 용기 있는 선택에 박수까지는 아니더라도 반갑게 인사 건네주십시오.
[서평]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_ 어슐러 K. 르 귄
'침묵하며 떠나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