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정현종, '잃어버린 시'
잃어버린 시가 얼마나 많으냐.
메모 안 해서 잃어버리고,
허공에 날려 보내 잃어버리고,
또 올 테니 잃어버리고,
세상에 널려 있어
잃고 말고 할 것도 없다고
잃어버리고,
그로 하여 유쾌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놓아 버리고...
껄껄대며 놓아 버리고...
- 정현종, ‘잃어버린 시’
[단상]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하지 못한다.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아 그동안 잃어버린 글이 얼마나 많던가….
시인도 이런저런 핑계로 ‘잃어버린 시’가 많았나 보다. 나 같으면 아까울 것 같은데 시인은 해탈한 모습을 보여준다. 잃어버린 것에 집착하지 않고 ‘껄껄대며’ 놓아 버린다.
하지만 다시 보면 말줄임표가 있다. 아하, 시인의 아쉬운 속마음이 여기 숨어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