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의 인내와 노력으로 조용히 봄을 기다립니다
<잃어버린 2월>
조용히 기다리지만,
달력이 또 한 장 넘어가네요.
언제까지 입을 가리고
눈으로만 웃어야 할까요?
언제까지 손 내밀지 못하고
멀어져야 할까요?
두꺼운 책에 밑줄을 그어요,
향초에 불을 밝혀요.
연필도 초도 자꾸만 움츠러드는데
언제까지 갇힌 시간을 견뎌야 할까요?
애타게 기다리지만,
유리창을 통해 봄을 맞네요.
봄비도 봄꽃도 굴절되는데
언제까지 내일은 흐림일까요?
갑작스럽게 불거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2020년의 2월은 잃어버린 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바이러스 잠복기인 2주 정도의 시간만 지나면 잦아들지 않을까, 했던 낙관적인 전망은 너무나 순진했던 걸까요?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나고 3월이 되었습니다.
흑백의 마스크로 얼굴의 반 이상을 가린 채 사람을 만나야 했습니다. 손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로 말이죠. 한 연구에 따르면 마스크를 쓴 사람의 분노나 공포와 같은 부정적인 심리는 상대방에게 쉽게 전달이 되지만, 행복이나 기쁨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은 전달력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찌푸린 미간은 겉으로 보이지만 웃는 입가는 마스크에 가려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스크를 쓸 때면 눈으로 웃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경직된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풀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제는 그마저도 조심스러워졌습니다. 누군가를 만나기도, 영화나 전시를 보러 가기도, 마트에서 장을 보기도 머뭇거려지는 요즘입니다. 학원도 도서관도 임시 휴업에 들어가 글쓰기와 독서는 온전히 집에서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참에 사두고 읽지 않은 두꺼운 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움츠러드는 마음을 달래 보려 향초도 피워보았습니다. 책에 밑줄 긋는 연필과 향초의 심지가 점점 짧아지는 것을 보며 시간이 흘러감을 알았습니다. 그렇게 갇힌 시간을 견디고 있습니다.
창밖에는 봄비가 내리고 봄꽃이 피었습니다. 감염병의 기세가 언제쯤 꺾일지 지금으로서는 예측조차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봄은 오고 있습니다. 현장에선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는 분들이 계시고, 그분들께 작은 선의를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모두가 서로의 안전을 위해 조금의 불편함은 기꺼이 감수하고 있습니다. 알베르 카뮈는 <페스트>에서 의사 리유의 입을 통해 감염병과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p.216)’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모두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강하게 연대하여 저마다 자기가 맡은 직책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는 일. 그 ‘조용한 미덕(p.180)’이 우리가 기댈 수 있는 희망입니다. 매일매일의 인내와 노력으로 조용히 봄을 기다립니다.
*'재앙 속에서 기록한다는 것의 의미'_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