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기호와 선호는 변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환경의 변화에 따라 변화한다.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테일러드(Tailored)로 작업된 이후에도 수정과 보완은 필요할 수 있다. 고가의 슈트를 맞춤 제작해도 나의 체형이 변하고 유행이 변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나의 욕구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일은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2-3년 전에 선택했던 결정이 지금도 옳은 것이 되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한다. 산업의 환경이, 특히 플랫폼의 환경변화는 그 속도가 빠르고 범위도 넓다. 그리고 때론 나의 결정과는 무관하게 비즈니스가 버틸 여력이 되지 못해 '잘못된 선택'이 되기도 한다. 예민한 촉을 지녔다 하더라도 경영진이 아니라면 회사의 상황 전반을 파악하기가 어렵고, 설령 경영진이 된다고 해도 이런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은 제한적일 수 있기에 시간을 두고 신중한 판단을 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기도 하다.
그래서 '나만의 각본, 나만의 기준'이 중요하다. 회사가 가진 모든 비전과 미션, 다양한 목표에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수용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창업자 혹은 개국공신의 입장에선 그럴 수 있겠으나, 이마저도 시간이 지나면서 균열이 생기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가 해고됐던 애플의 초기 상황 같은 경우다. 그럼에도 스스로 추구하는 방향, 삶의 각본이 명확했기에 이후 애플로 복귀해서 더 큰 성공을 이뤘다. 잠시 그가 애플에서 한발 물러나 있던 기간 동안 픽사를 인수하며 창의성과 예술적 감각을 배가할 수 있었고 이는 이후 시장에서 애플의 거대한 성공에 큰 기여를 했다. 장소는 중요치 않았다. 내가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이루고자 하는 것이 명확한지가 관건인 것이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내가 있어야 하는 곳에 서 있다고 확신할 수 있나.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이곳에서 지루한 분투를 지속하는 명확한 이유가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끝까지 버틸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지향점에 닿기 위해 오늘의 고통이 감내해야 하는 필연이라면 애매한 매듭을 지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난 무엇을 위해 이 자리를 지켜내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용기가 필요하다. 최소한 어디를, 무엇을 위해, 누구와, 언제까지 할 것인지는 자신이 알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내 삶의 각본마저 타인으로 하여금 대필하게 내버려 두지는 말자.
나의 것이다. 당장 내일이 끝일지도 모르는, 나만의 것이다. 한때 순수한 열정으로 이루고 싶은 것들을 마음속에 한아름 품고 살던 나만의 삶이다. 20년을 함께한 배우자라 하더라도 내 인생의 길을 대신 써줄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4B연필과 노트패드, 그리고 지금껏 견뎌온 나 자신만 있다면 우리의 여정은 외롭지 않은 것이다. 타인과 같지 않은 인생은 축복이며 특권이다. 비슷하게 그려보려 남의 각본을 곁눈질할 필요도 없다. 내가 바라는 삶을 먼저 경험한 이가 있다면 유익한 부분만 레퍼런스로 활용해 볼 수 있지만 깊게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무언가가 좋아 보인다면 그것은 결과일 텐데, 어떤 결과가 만들어지는 데 까지는 자신마저 기억 못 할 수천, 수만의 변수들이 작용한 것이다. 나의 것과 본질적으로 같을 수가 없다. 좋은 것을 벤치마킹 하되, 내 삶에 녹일 수 있는 것을 선별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의 중심은 늘 내가 되어야 한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취할 것만 남기며 결국 나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저마다의 삶에서 창의성 넘치는 작가이기를 포기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