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소한 시간들
마음에 닿는 노래를 들으며 이십 대 시절의 설레던 감정에 빠져든다.
볕이 좋은 하루, 이어폰을 까고 이화동의 얕은 언덕을 오르는 기분은 아주 오래전 풋풋했던 나를 만나는 가벼운 방법이다. 그때만큼은 지금의 나이를 잊고 이십 대가 된다. 25년 전 각인이 된 나의 감정, 데자뷔(Déjà vu) 같은 하늘과 거리 그리고 음악. 인트로의 멜로디만 들어도 BPM이 치솟는 그런 음악들은 그 어떤 약으로도 치유할 수 없는 힐링이 되고 위로가 된다. 세상의 모든 이별노래 가사들이 꼭 내 얘기인 것 마냥 느껴지던 그런 감정과도 같은 것이다.
휴대전화는 비행기 모드로, 그렇게 두어 시간을 걷고 신학대학의 교정을 걷는다. 온통 초록이던 그 시절 넓은 마당과도 같던 그곳을 신부님이 된 초등학교 동창과 말없이 걷던 그 시절을 떠올린다. 오랜 친구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신부님이 되어버린 친구였기 때문이었을까. 나의 마음은 우주 끝까지 평온함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탕수육에 볶음밥을 먹었던 그 시절의 내가, 마치 어제의 일처럼 나를 보며 웃는다.
잠시나마 지난 시간으로 돌아갔던 나는 계절과 공간을 넘나들었다.
나 이외의 모든 존재에 대한 생각은 내려놓았고 오직 그 시간의 중심은 나였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아내의 애정 어린 잔소리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다. 살아온 시간들의 반성이 아닌 나의 이십 대 한토막으로 돌아가 아주 잠시를 살았다. 돌아갔던 마음은 여전히 멜로디의 잔잔한 파도 위에 넘실댄다. 끝내고 싶지 않은 이 시간은 곧 오늘로 돌아오게 된다.
내가 놓아버리고 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애써 젊음을 되찾기 위해서는 아니더라도, 아주 사소하게 별것 없이 나를 위로해 주는 마음씀마저 사치라 생각하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 20년은 족히 지난 음악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나를 감싸주는데 난 어디를 향해 바쁘게 내달렸던 것인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 그 자체를 금기하지는 않았는지, 어둑해진 겨울의 밤을 걸어 가족에게로 돌아간다. 혼자여도 쓸쓸하지 않았던 나의 젊음은 다시 일상의 감사함으로 향하는 중이다. 모든 것이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이만큼 살아낸 스스로를 껴안아주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렇게 나의 마음은 스무 살의 젊음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