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냐 갤럭시냐 그것이 문제로구나
딸, 갤럭시 쓸래?
아니, 난 아이폰.
왜?
아이폰이니까.
이제 4학년이 되는 딸아이는 핸드폰이 없다. 요즘 거의 모든 반 친구들이 폰을 갖고 있기에 매일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 수업이 끝나고 학교 공중전화에서 콜렉트콜로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학교가 끝났다고, 마을버스 타고 학원을 가니 지금 마을버스 위치는 어디냐고, 친구랑 놀이터에서 30분만 놀고 오겠다고(손목시계는 채워뒀다. 딸은 카시오 아들은 샤오미). 그런 이유로 매번 수업이 끝나고 공중전화 앞에 줄을 서고 순서가 오면 전화를 하고 하교를 한다. 최근 날씨 탓인지 걸려 온 전화가 잘 들리지 않았다. 12월에 두 아이의 핸드폰을 해주기로 했다. 최대한 늦게 해주려 했는데, 아무래도 혼자서 학원도 가고 운동도 다니는 애들이다 보니 연락이 필요한 순간들이 많다. 사실 뭐 다 핑계인 것 같긴 하지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아주 약간의 소질이 있어 보이는 딸아이는 어려서부터 내 아이패드와 펜슬로 그림을 그렸다. 단색 여러 가지를 선택해서 칠하는 '행위'만 하는 것도 아이패드를 사용했다. 물론 스케치북에 그림 그리는 것은 더 선호했다. 초등학생이 되기 전에 갤럭시로 갈아탄 아내도 이유는 하나였다. 갤럭시를 사용해야 아이들 관련 활동을 더 편리하게 확인 및 관리하고 아이들이 나중에 휴대전화를 갖게 된다면 갤럭시를 사용하게끔 하는 것이 무난할 거라 생각해서였다. 뭐 다 핑계인 것 같고, 갤럭시를 오래 써오다 결혼 후 아이폰으로 갈아탄 아내는 불편함이 없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노트북도 그램만 5년 넘게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 뭐 어찌 되었건 갤럭시 보급형 휴대전화로 첫 폰을 해주려는 아이들의 엄마와 딸은 대치중이다.
눈치를 본 것인지 둘째 아들 녀석은 순순히 갤럭시를 받겠다고 한다. 엄마를 좋아하고 따르는 아들과 아빠만 찾는 딸내미의 확고한 취향차이가 느껴진다.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미러링 현상은 집안에서도 일어난다.
이런 딸아이를 보고 아내는 반란군이라 칭했다.
어쩌면 정말 곧 반란군이 될 시기가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딸 가진 선배들이 '이제 얼마 안 남았다'라고 하던 얘기가 슬슬 실감이 나는 때가 다가온다 생각하면 왠지 서럽다. 여전히 아빠 옆에서 꼭 붙어서 자는 초3 딸아이가 반란군이 되는 모습이 상상이 안된다. 가끔 티브이를 틀면 나오는 금쪽이 같은 애들이 내 딸의 내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아니다, 그 정도는 아닐 것이다..라고 믿고 싶다. 릴스에 떠도는 아이폰을 사달라던 아이가 부모에게 혼나고 쓴 반성문이 떠올랐다. 부모님과 함께 형편에 맞게 살겠다던 그 반성문.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 부모님은 이후 아이폰을 중고로 사서 폰을 줬다고 한다. 이쁜 것을 알아보고 좋아하는 취향엔 애와 어른이 따로 없다. 내가 보기 좋은 것은 아이들에게도 좋을 확률이 높다. 아이폰을 쓰고 맥북으로 일하며 아이패드로 노트 테이킹하는 아빠인데 누굴 탓한단 말인가. 나의 씨앗인 것을.
그래도,
반란군은 되지 말자 딸랑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