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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story Dec 13. 2024

필요(Needs)와 원함(Wants) 사이

"세계의 부는 점점 더 커질 것이고, 원츠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이 거대한 파도의 흐름에 올라타련다." LVMH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 홍성태, 북스톤




필요를 채우는 삶은 일반적이다.

원하는 것을 모두 얻는 삶은 제한적이다.




더 상위의 레벨은 원하는 모든 것을 취할 수 있으나, 필요함 이상으로 가지려 하지 않는 삶이다. 

생각나는 한 사람은 DFS의 창업자, 척 피니다. 10조를 기부하고도 카시오 F-91w 모델만 찼던 면세점 대부는 과연 원함이 없던 사람이었을까. 아니다. 그가 '원했던' 것은 필요의 범위를 최소한으로 한정하고 이를 채운 잉여의 영역은 모두 기부하는 것이 그가 진정으로 원한 삶이었을 것이다. 작은 임대 아파트에서 13달러짜리 시계를 찼던 그가 10조를 기부했다는 사실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변함없이 놀랍다.




마케팅의 관점에선 Wants의 영역을 끊임없이 자극하여 소비를 발생시키는 역할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13불의 시계구매는 필요함을 채우는 것이고, 1만 3천 불의 시계는 원하는 것을 이루는 영역이다. 마케팅이야 회사의 존립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으니 그렇다 치고, 나의 삶은 무엇을 추구하는 것이 옳을까. 여기에서 필요를 충족하는 합리적인 소비와 같은 주제는 논외다. 역량에 대한 문제로 보고자 한다. 원하는 것을 모두 소유할 수 있지만 최소한의 필요로만 유지되는 삶, 이것이 진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경제적 / 시간적 자유가 주는 이점은 명확하다. 다른 무엇보다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물론 이런 자유와 평화가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한 삶은 경제적 충만함이 있다 해도 충분히 그럴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룰 수 있는 삶을 살길 희망한다. 그리고 나의 소비는 대부분의 영역에서 최소한의 필요에만 머무르는 '용기'를 갖길 원한다. 




평생을 간직하고 싶은 책 몇 권, 맥북과 이어폰, 노트패드와 4B연필, 명상에 필요한 무드등, 편한 옷 몇 벌과 오래 달릴 수 있는 러닝화 두 켤레 정도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 정도의 수준만 유지하며 생겨나는 여유의 공간에 나는 이야기들을 채워 넣기도 하고 약간의 여백은 남겨두는 일상은 내게 매력적이다. 나에게 필요한 삶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만 유지하는 삶이 당연한 것임을 느끼고 나아가 고마움마저도 느끼는 그런 삶 말이다. 걔 중 한두 개 정도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도 있겠다. 내겐 네스프레소 커피머신과 맥북이 그런 존재다. 삶이 더 풍요로울 수 있도록 돕는 도구라면, 그리고 10년 이상을 함께할 수 있는 물건이라면 원하는 것을 갖는 것이 소비 측면에서도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또한 애플 마케팅과 브랜딩의 성공이다.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이 적어도 한둘은 아닐 테니 말이다. 




이토록 자유로움은 이미 바라던 삶이다.



금요일 아침 아내와 근처 커피숍에서 사람들 구경하며 책을 보고 글을 쓰며 따뜻한 레몬차 한잔 할 수 있는 여유는 내가 그토록 '원하던' 삶이다. 내가 특별하기 때문이 아닌, 그저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살면서 찾아오는 선택의 순간에 나다운 선택을 할수록 원하는 것에 가까워진다. 물리적, 심리적 저항이 있을 수 있고 이를 수용하거나 무시하거나 아니면 이에 굴복하거나 셋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도 나의 몫이다. 그게 전부다. 편한 삶이 이전처럼 여유 있는 소득을 보장해 주지 않을 수 있다. 또한 18시간씩 일하는 삶에서 경제적 풍요를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 또한 존재함을 기억해야 한다. 저마다의 기준과 철학에 근거한 판단을 내릴 것이고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말이다.




자, 거울 앞에 서있는 이는 내가 그토록 원했던 모습인가

아니면 필요에 의해 살아지는 대로 살고 있는 존재의 모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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