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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story Dec 14. 2024

소비하지 않는 생산의 한계

나는 생산자로서 자격이 있는가

적게 읽고 많이 쓰고자 하니 무리가 따른다.


같은 얘기가 반복되고 논리가 없는 생각에만 의존한 서술이 대부분이다. 정보전달이나 설득을 위한 글쓰기가 어렵고 일기와 다름없는 수필이 주를 이룬다. 쓰는 행위에 낙이 있는 사람으로서 이게 무슨 문제인가 싶겠지만 매 순간 창의적이기 어려운 부족한 인간이기에 쓸수록 밑천이 드러난다.



단편적인 표현이지 글이 되긴 어려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요즘 내 머리를 메우고 있다. 풍부한 글쓰기는 보다 풍성한 표현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될 텐데 읽은 것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는 데다가 성실하게 학습하지 못한 독서의 영향으로 많은 것들이 기억에서 사라졌다. 소실된 것들의 가치를 따져보자면, 좀 더 일찍 나만의 글쓰기를 체계화하고 좀 더 분명한 캐릭터를 완성시켰을지도 모르는, 아니 그런 확률을 매우 높여줄 수 있는 정도의 것이라는 약간의 과장 또한 보탤 수 있겠다.



2024년은 아웃풋에 집중했던 한 해였다. 여전히 2024년도 나만의 베스트셀러 목록의 최상위를 점하고 있는 <<아웃풋법칙>>을 읽고 바로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는데 가장 비중을 둔 것이 글쓰기였다. 그 다움이 달리기였고. 여기서의 달리기는 질주라기보다 조깅에 가깝고 기록을 경신하기 위한 전문가용 러닝이 아닌 사십 대 중반 아저씨의 체력보강 습관 들이기 정도라고 보면 적합하겠다. 12월 중순에 접어든 지금쯤, 그렇다면 지난 1년을 회고해봐야 할 텐데 모든 기록을 갖고만 있고 끄집어내질 못하고 있다. 



대략적으로만 보자면, 올해 1월 1일부터 오늘 12월 13일까지 총 223개의 글을 썼다.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6월에 13만 4천 회가 넘었고 12월 현재 3만 회가 조금 못 미친다. 특정 글의 조회수가 매우 높은 경향이 있었는데 Top 10 중 7개의 주제가 "연봉 2억"에 관한 글이었다. 한동안 궁금해서 나의 글들의 노출을 살펴본 적이 있었고 물론 지금도 종종 확인한다. 그런데 대게 이런 글들은 브런치 내에서 보다 외부 노출 및 검색으로 인한 결괏값이 매우 높았다. 미천한 실력이겠으나 조금이나마 좋은 글, 도움이 되는 글을 써보자는 입장에선 어떤 방식으로든 나의 글을 접한 분들이 많다는 것은 매우 큰 힘이 되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올해 3월 이후부터 조회 수가 서서히 늘기 시작했고 한동안은 유지되다, 관련 글이 아닌 다른 주제로 글을 쓰면서 조회 수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일 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냈던 9-10월간 다작이 어려웠고, 역시 월간 조회수가 2천 회 아래로 떨어졌다. 그 두 달을 제외하곤, 올 3월 이후로 월간 3만 회 정도의 조회수를 유지하고 지난달은 5만 회가 넘었다. 역시 쓰는 입장에선 읽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글들을 많이 드러내는 것이 생산자의 의무겠구나 싶었다.

달리기는 어땠을까.


GPS워치로 측정하기 시작한 5월 말 이후부터 현재까지 149회에 걸쳐 달리기와 걷기를 병행했다. 측정하지 못한 결과는 제외하고 따져보면 월에 12번 정도 땀을 낼 정도의 운동을 했고 주당 3회 수준이다. 물론 이 평균은 크게 의미는 없다. 어떤 달은 하루이틀을 제외하고 매일 달렸으니까. 120km를 넘게 뛴 달이 있고 상대적으로 적게 달린 달도 있다. 기록보다 운동의 습관을 잘 들였는가의 관점에서 아웃풋을 평가해 본다면, 많이 아쉽긴 하나 과체중 사십 대 중반의 직장인으로선 선방한 수준이라 평가하고 싶다. 전적으로 개인적인 의견이다. 

비가 와서 못 뛰고 너무 더워서 못 나가고 추워서 감기 걸릴까 봐 몸을 사린 날도 많았다. 습관이라 함은 이런 환경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하는데, 2025년에 좀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좀 더 부지런했다면 매일 1편 이상의 글을 쓰고, 매일 달렸을 수도 있다. 


여전히 이 성실함과 삶의 여유 사이에서의 고민이 크다. 습관이 삶을 지탱해 주는 유용한 Tool 이 돼줘야 하는데 올가미가 되어서는 안 되기에 적절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장거리 달리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도 매일 20km를 달리는 것은 버거운 일이다. 그러다 보니 주말 이틀간 장거리를 달리면 그다음 주중은 상대적으로 짧은 로드런조차 쉬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요즘은 하루에 30~40분 사이로 러닝을 조정한다. 날씨가 궂은날엔 굳이 밖에서 무리하기보다, 단지 내 커뮤니티센터에 가서 트레드밀을 활용한다. 트레드밀의 단조로움은 30분이 3시간처럼 느껴지는데 이게 극복해야 할 점이다. 

글쓰기도 좀 더 다듬고 더 완벽하게 쓰자는 생각에 발행을 주저하거나 미룬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저장되어 있는 글들은 계속 늘어난다. 그러다 최근에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계속해서 시도하자'는 생각으로 큰 고민 없이 일단 발행한다. 고민하고 수정해도 그 범위가 나의 지식, 경험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할 텐데 고민의 이유가 있나 싶었다. 이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선 앞서 얘기한 양질의 인풋이 필요한데 이러한 노력 없이 생산만 하는 것은 아웃풋의 퀄리티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독서의 절대량을 줄인 대신 Deep dive 하는 독서와 생각의 기록에 방점을 두기 시작했다. 올해 <<퇴사한 은행원>> 의 4계절 연재가 마무리되면 2025년의 1년 연재 프로젝트는 이 기록에 대한 글이 될 것이고,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아주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에 차있기도 하다. 



여전히 아웃풋의 법칙은 유효하다. 

다만 좋은 생산자가 되기 위해서는 적정한 수준의 질 높은 인풋이 동반되어야 함이 필수다. 꼰대 같은 소리도 격이 다르게 하기 위해서는 보다 분주해야 한다. 그리고 옳은 방향으로 분주하려면 이제 양보다 질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좀 더 나은 생산자가 되고 싶다. 생산자다운 생산자이고 싶다. 2025년에는 그렇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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