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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꾸준히 못 다니지만 결혼생활은 꾸준히 유지합니다

결혼 10주년을 축하하며

by Johnstory

10년 후에는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바라는 것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더 안정적이며 평안한 생활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이 있었다.



10년이 지난 오늘, 우리 둘의 건강 그리고 두 아이의 성장만큼 감사한 일이 없다. 물론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경제적 안정을 넘어 자유를 이뤘는가, 하면 아직 그러하지 못하다. 한 곳에 정착하여 뿌리를 내렸다 하더라도 급여소득자로는 한계가 있을 것인데 몇 번의 이직은 이에 대한 불안정 요소였다. 이성적으로 판단해 보자면 그렇다. 그래서 잘한 거냐 후회하는 거냐 묻는다면 그와는 좀 다른 문제다. 경력보다 경험을 우선으로 생각했고, 은행원의 삶을 이어갔다면 결코 경험하지 못했을 일들을 지난 9년간 숱하게 겪었다. 한 곳에서 꾸준하게 이어가지는 못했으나 그 이상의 것을 얻고 새로운 기회들을 여전히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10년간 개인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직장이었다.



10년 전, 11시.

많은 것들이 어색했고 두려웠다. 결혼이란 것을 이렇게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해도 되는 것인가 생각했다. 상상 속에서의 결혼은 단계적으로 착실하게 이뤄놓은 것들이 어느 정도 나와 아내를 받쳐줄 수 있는 시점에 하는 것이라 여겼다. 그럼에도 우린 만난 지 104일 만에 결혼했고 결코 쉽지 않았던 지난 10년간 두 아이를 낳고 키웠으며 40대 초반에 한 기업의 임원이 되었고 20억에 조금 못 미치는 자산을 만들었다. 아내의 헌신과 노력 그리고 눈물이 없이 이루기 어려운 것들이었음을 인정한다. 배움을 놓지 않고 조금 더 나은 상황에서 가장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자 노력했던 나의 지난날들은 이상을 추구해 왔다. 그에 비해 아내는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내가 이해되지 않는 것도 많았을 것이고 여전히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함께 잘 어울려준 애씀이 고맙다. 앞으로의 20년, 30년 어떤 결혼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던 적이 있었는데 우리가 결혼한 그 해 김창완 씨가 2014년 연예대상 시상식에 나와서 했던 수상소감이 떠올랐다.




2015년,
새해에 특별한 기대를 걸지 않겠습니다.
새해를 마치 처음 태양이 뜨는 것처럼 맞지 않겠습니다.
새해에 갑자기 내가 착한 사람이 된다거나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는 망상도 접겠습니다.
새해에는 돈을 많이 번다거나
건강이 넘치길 바라는 터무니없는 꿈을 꾸지 않겠습니다.
다만, 새해에는 잘 보고 듣고 말하겠습니다.





우리의 결혼생활도 이와 같았으면 좋겠다. 서로에게 특별한 기대를 걸지 않고 마치 처음 살아보는 것처럼, 갑자기 착한 남편이 되거나 깨달음을 얻는 부모가 되겠다는 망상도 접으며 돈을 많이 번다거나 건강이 넘치길 바라는 터무니없는 꿈을 꾸지 않고 서로를 사랑으로 바라보고 잘 듣고 말하는 관계를 이어갔으면 좋겠다. 우리의 특별함보다 모든 부부들의 일상적인 모습과 별반 차이 없는 그런 하루 속에서 가족이라는, 아내와 남편이라는, 또 우리의 자녀라는 관계에서 사랑과 감사를 발견해 낼 줄 아는 분별력을 지닌 부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제나 지금의 건강을 유지하고 조금 더 관리하고 챙기며 올해는 작년보다 조금은 가벼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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