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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군의 탐구생활 Aug 18. 2021

채용의 어려움

처음으로 채용자가 되어보다

회사에서 혼자 두 프로젝트에 참여하다 보니 단순 업무 처리하는데만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던 시기에 우리 팀 담당 임원분께서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추천해 보라고 하셨다. 석사급 혹은 프레시 박사급 인원이 대상인데 헤드헌터를 통해 장기간 구인을 했음에도 생각보다 그런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회사는 상장도 아직 안 한 작은 회사이고 나 스스로는 우리 회사의 구성원의 면면을 살폈을 때 성장성이 높은 회사라고 생각하지만 주니어급 인원들에게는 어필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주니어급 인재들은 들어보지 못한 회사는 회사의 가치를 높게 생각하지 않고 대기업이 주는 여러 가지 혜택과 시스템을 통한 개인의 성장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최근 몇 년간 급속도로 늘어난 바이오 벤처기업의 수는 이런 인력들을 더 메마르게 만들어왔다.


실험실 동문 연락처를 통해 석사를 졸업하고 1년 가까이 연구원으로 일하는 인력을 추천받을 수 있었고 이력서를 봤을 때 잠재력이 높아 보여 면접을 진행하였다. 우리 회사의 면접의 특징은 관련 부서뿐 아니라 임원급들은 거의 면접에 참여하는데 인원이 적은 벤처의 특성상 한 명 한 명이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채용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인 것 같다. 면접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나와 우리 팀 임원분은 면접자를 채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임원분들은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바로 일선에 투입이 어려울 것 같다는 걱정을 내비쳤다.


사실 그런 걱정이 당연하긴 하지만 우리가 당장 어려운 일을 맡길 것도 아니고 내가 판단할 때 우리의 일을 빠른 시간 안에 습득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임원들은 면접재의 채용을 일단 보류하고 다른 사람들의 면접을 좀 더 진행해보기를 제안했었다. 


지금 면접 본 사람도 겨우 구해온 건데 다른 사람을 어떻게 더 찾는다는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습게도 일주일 뒤에 헤드헌터가 이력서 한 장을 보내왔다. 석사를 졸업하고 3년 정도 회사 경험이 있고 학부, 석사 학위도 소위 말하는 메이저 대학에서 취득하였다. 면접을 진행하였고 지원자는 아주 탁월한 업적을 보이지는 못했지만 석사 후 3년간의 경험을 알맞게 가지고 있었고 여러 가지 가치관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도 모범(?) 답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뭔가가 거리끼는 게 있었다. 주도적으로 일을 진행해온 느낌이 들었고 그것을 어필하려 하였지만 고집이 상당히 있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라 면접 후 진행된 사후 미팅에서도 그 부분이 나왔었다. 해당 포지션은 리더급이 아니고 팀원급이며 팀원 간 특히 나와의 케미가 제일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터이었다. 더군다나 팀장급 임원이 개인적으로 아는 분이 지원자가 다녔던 회사의 임원이어서 레퍼런스 체크를 할 수 있었고 안타깝게도 지원자의 평은 그렇게 좋지 않음이 드러났었다.


내가 취업 혹은 이직을 결심하고 많은 면접을 보았을 때 도대체 어떠한 스탠스로 면접에 임해야 하는 건지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많았다. 자신감을 보이면 독선처럼 보일까 두려웠고 순종적으로 보이면 주도성이 떨어질까 두려웠다.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레퍼런스 체크가 없었더라도 첫 번째 면접자를 뽑았을 것이고 그 이유는 개인의 역량으로 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 역량을 넘어섰을 때 나와 가장 잘 맞추어 일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군가였기 때문이다. 객관적 설명이 불가하고 면접 과정에서 풍겨오는 느낌, 지원자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지만 채용자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최고의 능력을 보여서 채용이 될 수도 있지만 능력에 더해 나와 같이 일하면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을 주어서 채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채용자가 되어보니 지원자를 어떻게 판단할지 경험해 볼 수 있었고 반대로 정답은 없더라도 내가 지원자가 된다면 그 전보다는 면접을 잘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주저리주저리 떠들었지만 내가 느끼 교훈은 이렇다.


1. 현재의 내 모습은 미래의 나를 결정한다. 현재 다니던 직장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다음 직장도 잃게 된다.

2. 면접은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하지만 떨어지더라도 그건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서로가 안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니 너무 기죽지 말자. 내가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매력적이게 어필하는 게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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