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틀릴 수 있다.
고백하기는 부끄럽지만 나는 꼼꼼한 성격은 못된다.
내가 집중해야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은 일에 관해서는 완벽에 가깝게 하려 하지만 모든 일을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학교에 있을 때는 실험 과정에서 혹은 여타 일에서 실수가 있다면 그저 한 번 다시 하면 되었고 피해도 나에게만 돌아오는 일이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팀 간 혹은 회사 간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이 많았고 실수는 다른 이의 불편함을 만들기도 하였고 더 불편한 사실은 그렇게 '실수가 많은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붙을까 봐 두려웠다는 사실이다.
단순한 실험 수치들과 약물 정보를 기입하고 관리하는 일에 특히 약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 숫자 자체는 맥락이 없어서 하나하나 신경을 쓰는 수밖에 없었는데 신경을 쓴다고 하여도 구멍들은 발견되기 일쑤였다. 장치를 마련해보기도 하고 느리더라도 완벽한 게 중요하다는 마음가짐을 먹었지만 실수가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다. 그렇다 보니 그로 인한 스트레스와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떨어져 자존감까지 떨어졌기에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실수가 특정 부분에서만 일어난다면 그 업무를 바꿔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어떻게 서든 해결을 해야 하니 방법을 찾아야 했다.
문제의 원인을 빠르게 해결할 수 없다면 충격을 완화시키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내가 바꾸기로 했던 것은 내 태도였다. 여러 사람과 일을 하다 보면 무언가를 내가 확인요청을 하거나 받을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항상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가정하에 사람을 대한다. 그렇다 보면 질문이 바뀌게 된다.
내가 맞다는 확신이 든다면 상대방이 틀렸다고 생각하게 되고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요?' '제가 확인해 봤는데 맞습니다'하는 확언을 하게 된다. 그런데 종종 내가 틀릴 경우가 생기게 되면 이내 내가 민망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질문과 답변을 바꾸기로 했다. '제가 살펴보니 이러한 문제가 있었는데 제가 잘못 이해했을 수도 있으니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다시 확인해보고 알려드리겠습니다'와 같은 것이다. 그냥 단순히 말투가 좀 더 공손해진 것이 아니다.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한 여지를 남겨둠으로써 실제 내가 틀렸더라도 민망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기는 걸 줄일 수 있다. 여지를 두는 말들은 마치 윤활유처럼 작동해서 협업에서 좀 더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건 덤이다. 또 하나의 기대치 못한 장점은 이렇게 말하게 되니 오히려 그전에 내가 한 번 더 차분하게 자료들을 살펴보고 말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실수를 안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길게 이어진다면 이로 인해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도움이 된다. 머지않아 '실수를 완벽히 통제하는 방법'과 같은 글을 쓰는 날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