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 생긴 일 2
방콕에 도착해서 짐을 내려놓자마자 간 곳은 다름 아닌 버블티 가게였다.
방콕의 더운 공기를 피부로 느끼자마자 시원한 음료를 들이키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고, 방콕에 도착하자마자 정신없는 일을 겪는 바람에 달달한 게 필요했다.
마침 방콕 여행을 준비하며 본 여러 블로그나 영상에서 추천한 버블티 가게가 있었다. 나는 곧장 그곳으로 달려갔다.
내가 시킨 버블티는 그들의 가장 시그니처 메뉴인 흑당 밀크티. 가격은 태국 돈으로 55바트, 한화로 2,500원이 조금 안 되는 가격이었다.
버블티는 정말 맛있었다. 진한 밀크티 맛에 버블도 쫀득했다.
이 가격에 이 맛이라니. 나는 저렴한 태국 물가에 감동하며 순식간에 한 잔을 모두 비웠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여행 3일 차, 몇 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태국 친구 F와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점심을 먹으며 다음에 어디로 갈지 이야기하던 중, 카페에 갈까 하는 말이 나왔다. 그녀는 이 식당 근처에 꽤 힙하고 예쁜 거리가 있다며 그곳에 있는 카페에 가자고 했다.
그녀가 말한 '힙한 거리'의 이름은 송왓(Song Wat). 전에 다른 태국 친구에게 가볼 만한 곳을 추천해 달라 했을 때에도 그곳을 들은 적이 있었다. 한국의 연남동이나 가로수길쯤 될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그곳은 정말 핫한 곳이었다. 그 거리에는 대충 차려입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 머리부터 발끝까지 깔끔히 세팅을 하고, 예쁜 벽이나 건물 앞에 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만약 '인스타그램스러운 장소'이라는 표현이 있다면 딱 그 말에 들어맞는 장소였다.
우리는 초입에 있던 말차라떼 가게에 가기로 했다. F는 최근에 이곳이 인스타에서 꽤나 바이럴 되었었다며 전부터 저장해 뒀던 카페라고 했다.
우리는 총 두 잔의 말차라떼를 시켰다. 점심을 친구가 계산했기에 카페는 내가 사겠다고 말하며 직원에게 1000바트를 건넸다. 직원은 나에게 500바트를 거슬러줬다.
두 잔에 500바트라고? 500바트는 한화로 대략 22,000원 정도의 돈이다. 돈과 함께 건네받은 영수증을 보자 정말 그 말차 라떼 한 잔은 250바트였다.
내가 살고 있는 호주, 그 물가 높기로 악명이 높은 호주에서도 말차라떼는 만원 정도다. 그것도 프리미엄 말차라떼가 11불, 한화로 딱 만원.
어쨌든 맛은 있었다. 물론 놀라운 맛은 아니었다. 그냥 보통의 말차라떼였다.
'이 돈이면 첫날 마신 그 버블티가 4개 하고도 반인데...'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어느 정도 예상해야 할 일이긴 했다. 동남아의 다이나믹한 물가를 이미 여러 차례 경험으로 느껴왔기 때문이다.
가령 이런 것이다. 친구를 만나기 전 날, 백화점 지하에 있는 푸드코트에 간 적이 있다. 태국 야시장을 그대로 실내에 옮겨놓은 듯한 인테리어로 이곳 저곳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동남아에 왔으니 과일을 먹어야지 생각하고 과일가게로 갔다. 그곳에는 이미 먹기 좋게 잘라둔 망고와 망고스틴이 있었다. 내 손바닥만 과일팩 하나의 가격은 100바트. 한화로 4,500원 정도였다.
동남아는 과일 가격이 저렴하다고 하지 않았나? 이게 저렴한 건가? 생각하며 잠시 집어 들었던 과일팩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나는 유명하다는 방콕의 차이나타운으로 갔다. 거리에는 음식 노점들이 줄지어 있었고 그곳에는 내가 당일 오전에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본 과일 팩과 똑같은 과일 팩이 그대로 있었다.
그 과일팩의 가격은 50바트. 백화점의 절반이었다. 나는 그 과일팩을 집어 들었다.
나는 F와 점심을 먹으며 이 이야기를 했다. 백화점이 아닌 차이나타운에서 먹어서 참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내 얘기에 F는 깜짝 놀라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자신의 집 근처 시장에서 망고를 사면 1키로에 50바트라고 했다. 내가 고작 망고 하나에 50바트나 주고 샀다는 걸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베트남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다. 내가 갔던 유명하다는 쌀국수집은 한 그릇에 5,000원이 넘었지만 친구와 함께 간 식당은 그에 반값도 되지 않은 2,000원에 쌀국수를 팔고 있었다.
동남아의 물가는 항상 저렴하지만은 않다. 그리고 그 '저렴하지 않음'은 단순히 관광객 바가지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곳의 물가는 실제로 다이나믹하다. 어떤 사람은 2,000원짜리 음료를, 또 어떤 사람은 12,000짜리 음료를 마신다.
동남아에는 너무나 다른 두 세상이 있다. 여행객인 나에겐 그건 그 나름대로의 독특함과 흥미로움을 안겨주지만 동시에 꽤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