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으로 여행을 가기 전 까진 한 번도 오토바이를 타본 적 없었다. 오토바이는 안전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너무 오래 들은 탓도 있겠지만, 애초에 오토바이를 타야 할 일도 없었다. 대부분의 이동은 대중교통으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베트남에 가기 전에도 그들의 오토바이 사랑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쇼츠엔 ‘베트남에서 길을 건너는 법’이라는 제목의 영상들이 종종 보였는데, 그건 수많은 오토바이가 지나고 있는 도로를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가는 내용이었다.
베트남 여행을 결심하며 오토바이를 타볼지 말지 고민이 되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타면 그래도 나름 안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반, 그래도 오토바이는 좀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반이었다.
호찌민에 도착한 첫날, 도로를 가득 채운 오토바이를 보자 압도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관경은 여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압도감은 금세 궁금증으로 바뀌었다. 오토바이는 정말 베트남에서의 삶 그 자체로 보였다. 그런 오토바이를 타 보지 않고서 내가 과연 베트남을 제대로 여행했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저녁, 나는 오토바이를 타보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예약해 둔 투어버스를 타기 위해선 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투어 버스를 타는 곳은 숙소에서 대략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Grab(베트남의 배달, 택시 어플)을 열어 오토바이 택시를 불렀다.
숙소 앞으로 도착한 기사님은 예상과 다르게 여성분이셨다. 오토바이를 타는 건 대부분 남자일 거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이 나도 모르게 있었던 것이다. 나는 '신짜오'라고 인사를 건네며 그녀의 오토바이 뒤에 앉았다. 나는 건네받은 헬멧을 괜히 여러 번 고쳐맸다.
오토바이 뒷자리에는 특별히 잡을 만한 것이 없었다. 나는 눈치를 살피다 기사님의 어깨에 살포시 손을 올렸다. 그녀는 익숙하다는 듯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오토바이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골목을 빠져나갔다. 골목에서 나오니 대로변이었다. 수십대의 오토바이가 우리 앞을 지나고 있었다. 기사님은 익숙하다는 듯 몇 번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 보더니 그 오토바이 떼 사이로 끼어들었다.
오토바이에서 바람을 맞으며 타는 첫 오토바이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가끔 기사님이 속도를 내시거나 예상치 못한 급정거를 하시면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쿵거렸지만 위험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목적지에 거의 도착했을 즈음에는 기사님의 어깨를 꼭 붙잡던 손 마저 떼어내 허벅지에 올려둘 수 있었다. 그만큼 오토바이를 타는 것에 안정감이 느껴졌다.
오토바이에서 내리니 아쉬웠다. 또 한 번 타보고 싶었다. 다음에 타게 되면 덜 긴장을 하고 타서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의 베트남 오토바이 사랑이 시작되었다. 나는 걸어서 10분이 넘어가는 거리면 무조건 Grab으로 오토바이를 불렀다. 가격도 몇백 원 꼴로 저렴했고 무엇보다 내가 베트남을 정말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베트남의 오토바이는 탈 것이라고 느껴지기보단 무빙워크, 혹은 인라인처럼 느껴졌다. 좀 더 빨리 이동하기 위해 이용하는 장치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인지 속도를 내야만 하는 대로변이 아니면 속도가 빠르지도 않았다. 모든 오토바이들은 언제든 바로 설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로 달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오토바이로 뺴곡한 도로를 가로지를 수 있는 이유를 그제야 알 것 같았다.
방콕에 갔을 때도 나는 자연스레 오토바이 택시를 불렀다. 베트남보다는 오토바이 수가 눈에 띄게 적었지만, 한국과 비교했을 땐 여전히 꽤 많은 수의 오토바이가 다니고 있었다. 익숙하게 기사님께 헬멧을 받아 쓰며 오토바이 뒤에 앉았다.
어?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든 건 오토바이를 타고 3분이 채 되지 않아서였다. 속도가 너무 빨랐다. 도로에 차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기사님은 속도를 거의 줄이지 않은 채 자동차와 대형 버스 사이를 거침없이 지나갔다.
이러다 사고 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허벅지에 올려둔 두 손은 얼마 안 가 기사님의 어깨와 오토바이 맨 뒤에 있는 손잡이를 생명줄인 양 꽉 잡고 있었다. 도로에 고르지 않은 부분을 지나갈 때면 오토바이에서 튕겨 저 나갈 듯 몸이 들썩였다.
조금만 천천히 가달라고 말할까 망설였지만, 그게 좋은 생각 같지는 않았다. 택시를 타기 전, 현금 결제를 위해 기사님께 영어로 몇 가지를 물었을 때, 그는 내가 말한 문장 속 쉬운 단어 한 두개만 반복하며 못 알아듣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태국어를 전혀 모르는 나는 결국 번역기에 의존해 소통할 수 밖에 없었다. 달리는 오토바이에서 '천천히 가주세요'가 태국어로 뭔지 검색해 볼 수도 없는 일이었다. Please slow down이라고 했을 때 그가 못 알아들을 것 같았다. 이걸 둘째 치더라도 헬멧 때문에 내 목소리가 묻혀, 그가 제대로 듣기 위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제발 사고 나지 않게 해 달라는 말을 속에서만 수십 번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기사님은 신호에 걸려 멈출 때면 거치대에 꽂아 둔 폰으로 틱톡 영상을 훑어봤다. 그는 아주 여유로워 보였다. 물론 그 태도는 내 걱정을 덜어주는데 조금의 역할도 하지 못했다.
그 후에도 몇 번 더 방콕에서 오토바이 택시를 탔다. 그 운전들 역시 첫날과 다르지 않게 거칠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오토바이 수가 적어서 그런 거친 운전이 가능해 보였다. 베트남은 다수의 오토바이가 비슷한 속도로 함께 달리지만, 태국의 거리는 자동차와 버스가 섞여있기 때문에 오토바이들이 그 사이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게 대부분이다. 내가 본 태국 오토바이들은 베트남에서 보던 것 보다 훨씬 상태와 성능이 좋아보였는데, 그래서인지 빠른 속도와 잦은 방향 전환, 급정거 같은 거친 운전이 더 수월해 보이기도 했다.
오토바이가 많은 동남아 국가라는 카테고리를 씌워둔 채 나도 모르게 두 나라의 운전 문화가 비슷하리라 지레짐작했었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심장이 벌렁이는 태국 오토바이를 타며 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오토바이 택시는 베트남과 태국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좋은 경험이다. 다만, 오토바이에 익숙하지 않다면 태국이 아닌 베트남에서 첫 시도를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