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첫 이직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최근 내가 활동하고 있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질문에 답변을 달면서 10년 전 나의 첫 이직의 순간을 돌아보니 위의 질문처럼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고, 어떤 기준으로 다음 커리어를 준비해야 할지 막막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 내 입장에서 만약 다시 첫 이직을 준비한다면 아마도 이전과는 다른 답을 내리지 않았을까 싶다. 결론적으로 나의 첫 번째 이직은 나에게 맞는 일을 고민하는 것부터 시작하지 못했다. 첫 회사의 업과 속성이 연결된다고 생각한 동일한 업과 속성을 가진 회사로 이직했고, 그 선택은 짧은 재직과 두 번째 이직으로 이어졌다. 사실상 성공적이지 못한 이직이었다.
그 회사에서 일한 경험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다음 커리어를 그리는 데 있어서 기준을 세우는데 도움이 되었고, 그 안에서 다양한 회사의 직책을 가지신 분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이해관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직책자에 대한 부담을 낮추는데 유효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이직과 두 번째 이직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이직의 기준을 세우는 데 있어서 바라본 대상이 회사가 아니라 자신이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었다고 본다. 회사가 아닌 나를 중심으로 나에게 맞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했었기에 나의 세 번째 이직은 전체 커리어에서 성공적인 이직 중 하나가 되었다.
다시 첫 번째 이직을 하는 입장으로 돌아가서 위의 질문을 하신 분은 새로운 커리어에 대한 기대감과 경험하지 않은 환경과 사람, 다른 곳에서 일을 잘할 수 있을까 등 불확실한 앞으로에 대해서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 것 같다. 커뮤니티에 질문을 올린 이유도 그런 맥락이지 않았을까. 해당 질문에 대한 나의 짧은 코멘트는 다음과 같았다.
첫 이직이라면 앞으로의 커리어를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첫 직무나 산업이 나와 맞았는지 해당 직무가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있는지 등 지난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시고 앞으로의 계획을 잡아야 단기적인 이직의 방향도 결정해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이직을 한다면 자신의 지난 업무의 경험을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연봉이나 복지 등 회사의 환경과 함께 일하는 리더와 동료와 같은 팀의 환경이 분명 이직의 만족도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맞지만 개인적으로 지속성을 가지고 전체 커리어 패스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직무의 핏, 일에 대한 만족감과 그 일의 영역에서 성장에 대한 열정의 존재'라고 본다.
일반적으로 이직 목적의 상당한 비중이 처우의 개선이기 때문에 처우는 현재보다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그 처우가 내가 일을 계속하는 데 있어 다른 이유는 필요하지 않을 만큼 높아지기도 어렵다. 그 말은 나아진 처우가 내가 그 일을 계속하는 데 있어서 그리고 커리어를 이어가는 데 있어서 생각보다 임팩트가 높지 않음을 의미한다.
첫 이직이라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떤 커리어를 가져갈 것인지가 현재 처우의 개선 보다 더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일에 대한 적합성과 향후 커리어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나아진 처우가 유지되기 어렵고, 오히려 짧은 경력으로 전체 커리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생각해봐야 한다. 그 관점에서 환경적인 조건이 아니라 지금까지 해온 일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일을, 어떤 경험을 가져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한 회사에서만 일을 했기 때문에 경험한 문화와 업무가 제한적인 만큼 자연스럽게 자신의 관점 아래 비슷한 업과 직무를 찾게 되는데, 그 한계를 벗어나려면 주변을 둘러봐야 한다고 본다. 같은 직무의 선배들의 커리어는 어떤지, 타 회사의 직무의 사람들은 어떤 커리어를 가져가는지, 해당 직무의 커리어에서 참고할 수 있는 케이스는 누가 있는지 외부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사례를 살펴보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앞으로의 커리어 방향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선배, 동료들은 링크드인을 통해서 찾아보자. 최근 링크드인을 보면 커피챗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누군가의 도움 요청이나 질문에 많은 선배들이 답변을 해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정보의 접근성도 낮아졌다. 그 기회를 잘 살린다면 조금 더 다른 관점에서 첫 이직을 준비해 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