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리더를 바라보는 뷰도 많이 갈라지는 것 같아요. 특히 책임이라는 영역에서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측면과 더 많은 시련을 감내해야 하는 측면으로요. 리더 포비아라는 "리더가 되는 것을 기피하거나 무서움을 느끼는 현상"까지 나타났죠.
솔직히 여러 조직을 거쳐왔지만 지금도 늘 새로움의 연속이에요. 특히 어려움과 위기는 늘 새로워요. 조직 내 갈등 상황이나 팀원의 퇴사, 조직 개편에 따른 역할의 변화, 구성원의 동기부여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성과, 리더로서의 성장, 조직 내의 인정까지 같지만 늘 달랐어요.
순간순간들을 생각해 보면 이겨냈기보다는 잘 풀어왔던 것 같아요. 지금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제가 배운 방법들을 나눠볼게요.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 힘들었는지를 돌아보면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어요.
1. 성과 압박과 팀원 케어 사이에서
신규 서비스와 사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초기 목표가 부진했던 상황이었어요. 당연히 상위 리더들은 성과에 대한 계획과 대안을 요구했고, 이 서비스가 지속되는 것이 맞는지까지 이야기가 나왔죠. 그런데 팀원들은 이미 너무 열심히 하고 있었어요. 야근도 마다하지 않았고 주말에도 데이터를 보면서 개선 방안을 고민했죠. 전체 조직에서 우리 팀만큼 일에 몰입한 팀은 없을 만큼요. 팀원들을 더 독촉할 수도 없었고 상위 리더의 요구도 무거웠죠. 실제 팀장들이 자주 겪는 가장 힘든 순간이에요.
2. 의사결정의 외로움
신사업의 방향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제로베이스에서 무언가를 결정하는 일은 정말 큰 부담으로 이어져요. 어떤 방향이든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잘못된 결정은 팀과 사업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순간이죠.
"내가 내린 결정이 맞을까?"
이 질문 앞에선 나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또한 팀장에게 가장 어려운 순간이죠.
3. 예상치 못한 위기들
조직은 늘 역동적이에요. 예측할 수 없죠. 예기치 못한 구성원의 갈등이나 퇴사, 이에 따른 업무의 비효율과 공백까지 사업도 팀도 어떻게 될지 막막했어요. 또 경쟁사가 비슷한 서비스를 먼저 런칭했을 때, 우리보다 더 빠르게 새로운 기능을 출시했을 때, 전사 의사결정의 방향이 바뀌어서 중요도가 달라졌을 때, 조직 개편으로 팀의 역할이 바뀌었을 때 등 늘 변화무쌍한 상황을 겪어요. 리더로서 책임을 다하기 어려운 여러 상황들이 정말 힘들었어요.
처음에는 이런 어려움을 혼자 견디려 했어요. 이게 리더가 가져야 하는 책임이라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리더로서 더 중요한 책임을 다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구성원과 함께 성장하고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 계속 혼자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요.
주변을 돌아보니 늘 팀원들이 있었어요. 팀원들도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죠. 조직에서 우리 팀을 바라보는 객관적인 시선과 의견, 우리 서비스와 성과에 대한 피드백, 팀장이 가진 수많은 고민까지도요. 또 리더의 감정과 변화에 팀원들이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도 리더가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어요.
스스로 컨디션을 체크하고 해결 가능한 것과 통제 밖에 있는 것을 구분해서 바라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함께 하고 있는 팀원들에게 의지하기 시작했죠. 솔직한 이야기가 오히려 더 팀을 단단하게 만들었어요.
"다음 분기 목표 달성이 쉽지 않고 위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한 책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 서비스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고 숫자로도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다만 조금 더 빠르게 실행해야 해요. 그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면 조직을 설득하고 성과를 증명할 수 있을 거예요."
이런 이야기에 부담을 느끼는 팀원들도 있었지만 대체로 더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함께 해결책을 찾으려 했어요.
"팀장님,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서 고마워요."
한 팀원분의 피드백은 솔직함이 신뢰를 만든다는 것을 깨닫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어요. 다만 솔직함도 '선'이 있어야 해요.
<공유하는 것>
우리 팀이 처한 객관적인 상황
내가 고민하고 있는 방향성
팀이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
<공유하지 않는 것>
개인적인 감정 기복
다른 팀원에 대한 부정적 평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민감한 정보
모든 일을 리더가 책임지거나 해결할 수는 없어요. 리더가 가진 중요한 역량, 경험 중 하나는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이걸 구분할 수 있느냐, 못하느냐가 리더의 성장을 만든다고 봐요.
<통제할 수 없는 것>
경쟁사의 움직임
경영진의 최종 의사결정
시장 상황의 급격한 변화
팀원 개인의 선택 (퇴사 등)
<해결할 수 있는 것>
경쟁사의 움직임은 바꿀 수 없지만 우리만의 차별점을 만드는 것은 할 수 있어요.
경영진의 결정은 바꿀 수 없지만 더 설득력 있는 데이터와 제안을 준비하는 것은 할 수 있어요.
시장 상황은 바꿀 수 없지만 그 상황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을 찾는 것은 할 수 있어요.
팀원의 퇴사 결정은 막을 수 없지만 남은 팀원들과 더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은 할 수 있어요.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은 아무리 고민해도 조정하기 어려워요. 처음 팀장이 되면 통제가 어려운 일들로 인해 계속 걱정하고 스트레스받기도 하죠. 하지만 이런 걱정은 나만 힘들게 만들 뿐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 에너지를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 스스로도 팀도 구성원도 긍정적인 변화를 마주할 수 있어요.
팀장의 감정 기복은 팀 내 불안함을 만들어요. 짜증 섞인 말투나 심각한 표정들은 그날의 회의와 업무 분위기를 가라앉게 만들죠. 또 팀장 스스로도 팀원들의 제안이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결정과 방향을 제시하기 어려워요.
저도 비슷한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어요. 그날의 팀 분위기는 조용했고 다운되었죠. 한 팀원이 미팅에서 솔직하게 의견을 말해줬어요.
"요즘 팀장님 눈치를 많이 보게 돼요. 뭔가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고요."
그 말을 듣고 정말 많이 반성했어요. 제 감정 관리 실패가 팀 전체의 심리적 안전감을 무너뜨리고 있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던 순간이었어요.
그 후로 의식적으로 노력을 했어요. 통제 불가능한 것보다는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상황을 이해하고 변화를 만들기 위한 말과 행동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움직였죠.
어떤 상황에서는 이해가 안 되고 좌절하거나 불안할 수 있어요. 팀장도 사람이니까요. 그때는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한 템포 쉬고, 조금 더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상황과 감정을 분리하려고 노력해요. 필요하다면 그 이야기를 정리해서 다시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기도 하고요.
팀의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졌어요. 물론 강한 어조로 의견을 전달해야 할 때를 구분하는 것도 중요해요.
그래도 여전히 힘든 하루 또는 순간이 있기도 해요. 그럴 때는 이렇게 해요.
1. 하루 휴식하기
가능하다면 하루 휴가를 내고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요. 회고와 같은 돌아보는 행동은 습관 같아야 한다고 봐요. 돌아보는 시간은 절제하고 반성하고 개선하고 오해를 풀 수 있는 중요한 가르침을 제공해요.
2. 솔직하게 이야기하기
앞에서 말한 것처럼 팀원들에게 마음을 이야기하세요. 어떤 상황인지,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 우리가 어떻게 이걸 해결할 수 있을지 또는 대응할지 등 그 상황을 함께 마주하는 팀원들과 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면 고민의 상당 부분을 해소할 수 있어요.
3. 그래도 안 되면 방향을 바꾸기
어쩌면 지금 상황이나 역할을 바꿔야 할 수 있어요. 지금의 방식이나 문화, 프로세스가 아닌 다른 변화가 필요한 순간일 수 있죠. 팀의 구조, 업무 범위, 역할에 대한 부분을 다시 한번 검토하는 것도 지금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방법이에요.
혹시 지금 팀장으로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나요? 혼자 버티려고 애쓰고 있나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모든 리더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힘든 걸 인정하는 게 약한 게 아니에요. 오히려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이 진짜 강함이에요.
첫 번째, 내 상태를 정직하게 점검하세요. 매일 아침 5분, 지금 내 감정과 컨디션을 체크해 보세요. 힘들다는 걸 인정하는 게 첫 단계예요.
두 번째, 팀원들에게 적절하게 솔직해지세요. 모든 걸 혼자 짊어지려 하지 마세요. 팀이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공유하세요. 단, 감정이 아닌 상황을 공유하고, 함께 해결 방법을 찾아가세요.
세 번째, 나만의 루틴을 만드세요. 매일 할 수 있는 작은 루틴이 큰 힘이 돼요. 아침의 데이터 체크, 주말의 단절, 주간 회고... 무엇이든 좋으니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드세요.
네 번째, 통제 가능한 것에 집중하세요.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에너지 낭비예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세요.
다섯 번째, 감정 관리는 리더의 책임임을 기억하세요. 감정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워요. 하지만 그 감정대로 행동하는 건 선택이에요. 팀원들이 리더의 눈치를 보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도 리더의 중요한 역할이에요.
여섯 번째, 도움을 요청하는 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동료 리더들과 이야기를 나누세요.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세요. 혼자 버티는 게 강한 게 아니라, 도움을 구할 줄 아는 게 진짜 강함이에요.
일곱 번째, 때로는 방향을 바꾸는 것도 용기예요. 모든 방법을 써도 계속 힘들다면, 그건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일 수 있어요. 버티는 것도 용기지만, 방향을 바꾸는 것도 용기예요.
팀장이라는 역할은 정말 쉽지 않아요. 누군가는 "리더는 강해야 한다"라고 하지만, 저는 "리더도 사람이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힘들 수 있어요. 불안할 수 있어요.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게 잘못된 게 아니에요.
중요한 건 그 힘듦을 어떻게 이겨내느냐예요. 완벽한 리더는 없어요. 하지만 계속 배우고 성장하려는 리더는 있어요. 지금 힘드시다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요.
이번 글을 작성하면서 추천하고 싶은 글이에요.
성과를 만드는 팀의 비밀, 심리적 안전감
https://eiec.kdi.re.kr/policy/domesticView.do?ac=0000161476
구글이 발견한 고성과 팀의 5가지 공통점
https://www.segye.com/newsView/20200813520192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
https://doingphilosophy.kr/to-be-happier-focus-on-whats-within-your-control/
리더도 번아웃에 빠진다
https://ggmj.kr/rootconsulting/?bmode=view&idx=16392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