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호떡

by 보통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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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 아침 시원이와 한솔이는 부엌에서 아침을 먹고 있었습니다. 창밖으로 마당의 약속 나무가 보였습니다. 한솔이가 밥을 먹다가 말했습니다.

"엄마, 호떡 먹고 싶어."

엄마가 고개를 들었습니다.

"호떡? 사올까?"

"아니, 할머니가 해주시던 그 호떡."

부엌이 조용해졌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1년이 지났습니다. 할머니는 겨울마다 호떡을 만들어주셨습니다. 밀가루 반죽에 설탕을 넣고, 프라이팬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나눠주셨습니다.

시원이는 밥을 먹는 척했지만, 손이 멈춰 있었습니다.

엄마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레시피가 없어서…… 할머니는 늘 눈대중으로 하셨거든."

"그럼 못 먹는 거야?" 한솔이의 목소리가 작아졌습니다.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시원이가 젓가락을 내려놓았습니다.

"한솔아."

"응?"

"우리가 만들어보자."

한솔이가 눈을 크게 떴습니다.

"우리가?"

"응. 우리 봤잖아. 할머니가 어떻게 만드셨는지."


점심때, 두 형제는 부엌에 섰습니다. 엄마가 밀가루, 설탕, 기름을 꺼내놓았습니다.

"할머니는 계량컵을 안 쓰셨어. 그냥 이 정도, 하고 넣으셨지." 엄마가 말했습니다.

"너희도 해볼래? 기억나는 대로."

시원이는 밀가루 봉지를 보았습니다. 한솔이는 설탕 통을 보았습니다.

"형, 어떻게 해?"

"음…… 밀가루를 먼저 넣었던 것 같아."

시원이가 그릇에 밀가루를 부었습니다. 한참을 부었습니다.

"이 정도?"

"모르겠어. 일단 물을 넣어봐." 물을 넣고 반죽을 했습니다. 손에 반죽이 다 붙었습니다.

"왜 이렇게 질어?" 한솔이가 손을 털었습니다.

시원이는 반죽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할머니는 어떻게 하셨을까요.

"……밀가루를 더 넣어야 할 것 같아." 조금씩 밀가루를 더 넣으며 반죽했습니다. 이번엔 손에 덜 붙었습니다.

"이제 괜찮은 것 같아." 한솔이가 말했습니다.

반죽을 둥글게 만들고, 가운데에 설탕을 넣었습니다.

"설탕 얼마나 넣어?"

"많이 넣으면 되지 않아?" 한솔이가 설탕을 한가득 넣었습니다. 반죽으로 꼭 눌러서 덮었습니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반죽을 올렸습니다. 지글지글 소리가 나면서 좋은 냄새가 났습니다.

"형, 성공한 것 같아!"

그런데 뒤집으려는 순간, 설탕이 흘러나왔습니다. 프라이팬 여기저기로 퍼졌습니다.

"아, 왜 이래!" 한솔이가 소리쳤습니다.

시원이는 프라이팬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설탕을 너무 많이 넣었나 봐."

"그럼 어떡해?"

"할머니는…… 설탕을 조금만 넣으셨던 것 같아. 그리고 꼭 눌러서 안 나오게 하셨어."


이번엔 설탕을 조금만 넣고 반죽으로 꼭 눌렀습니다. 그리고 호떡을 프라이팬에 올렸습니다. 이번엔 설탕이 흘러나오지 않았습니다. 노릇노릇하게 익은 호떡을 접시에 담았습니다.

"형, 우리 해냈어!" 한솔이와 시원이가 함께 웃었습니다.

잘 구운 호떡을 한 입 베어 물었습니다. 어제보다 덜 달지만, 겉은 바삭하고 속은 따뜻했습니다. 하지만 뭔가 달랐습니다.

"……할머니 호떡이랑은 다른 것 같아." 한솔이가 말했습니다.

시원이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할머니 호떡은 이렇게까지 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더 부드러웠습니다.

"뭐가 다른 걸까?" 둘은 한참 동안 호떡을 보았습니다.


저녁이 되었습니다. 시원이와 한솔이는 마당에 나와 약속 나무 아래 앉았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불었습니다.

한솔이가 말했습니다.

"형, 할머니 얼굴 기억나?" 시원이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가물가물했습니다.

"나는 잘 안 기억나. 근데 손은 기억나. 따뜻했어." 한솔이가 말했습니다.

시원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할머니의 손. 호떡을 만들 때 반죽을 둥글게 빚으시던 손.

"할머니는…… 호떡 만들 때 노래를 부르셨어." 시원이가 천천히 말했습니다.

"노래?"

"응. 작은 소리로. 그리고 천천히 만드셨어. 급하게 안 하셨어." 한솔이가 눈을 감았습니다.

"아, 맞다. 할머니는 서두르지 않으셨어." 둘은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형."

"응?"

"우리 내일 다시 해볼까?"

시원이는 동생을 보았습니다.

"이번엔 천천히. 할머니처럼."

시원이가 웃었습니다.

"응, 그러자."


다음 날 아침, 두 형제는 다시 부엌에 섰습니다. 이번엔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밀가루를 천천히 넣고, 물을 조금씩 부었습니다. 반죽을 치대면서 할머니의 손을 생각했습니다.

"할머니는 이렇게 둥글게 만드셨어." 시원이가 반죽을 동그랗게 빚었습니다. 설탕도 조금만 넣었습니다. 꼭 눌러서 덮었습니다.

프라이팬에 올렸습니다. 이번엔 약한 불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약한 불에 천천히 구우셨어." 지글지글 소리가 작게 났습니다. 천천히 노릇노릇하게 익어갔습니다.

잘 구운 호떡을 한 입 베어 물었습니다. 어제보다 덜 달지만,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웠습니다.

"……이거다." 한솔이가 눈을 반짝였습니다.

"할머니 호떡이랑 똑같아." 시원이도 천천히 씹었습니다. 할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엄마가 부엌으로 들어왔습니다. 호떡을 보더니 눈이 커졌습니다.

한 조각을 집어 먹었습니다. 그러다 멈췄습니다.

"……어머니 호떡이네."

엄마의 눈가가 촉촉해졌습니다.

"진짜 똑같아.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어?"

시원이가 말했습니다.

"할머니가 하시던 대로요. 천천히, 급하지 않게."

한솔이가 말했습니다.

"엄마, 이거 할머니 할아버지들한테 갖다 드려도 돼요?"

엄마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래. 할머니도 그러셨을 거야."


시원이와 한솔이는 호떡을 접시에 담아 들고 동네를 돌았습니다. 먼저 옆집 할머니 댁에 갔습니다.

"할머니, 저희가 만든 호떡이에요."

할머니가 받아 들고 한 입 베어 물었습니다.

"어머, 이거…… 네 할머니 솜씨랑 똑같네?"

"저희가 할머니 생각하면서 만들었어요." 할머니가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착하다, 착해."

건너편 할아버지 댁에도 갔습니다.

"할아버지, 호떡 드세요."

할아버지가 호떡을 받아 들었습니다.

"네 할머니 참 좋은 분이셨지. 늘 이렇게 나눠주셨어."

"저희도 그렇게 하려고요." 할아버지가 웃었습니다.

"할머니가 기뻐하시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한솔이가 시원이 손을 잡았습니다.

"형, 우리 다음에도 만들자."

"응."

"그리고 친구들한테도 나눠주고."

"응, 좋아."

"할머니처럼?"

시원이는 동생을 보며 웃었습니다.

"응, 할머니처럼."

집에 도착하니 마당의 약속 나무가 보였습니다. 가지 끝을 보니 아주 작은 새싹이 돋아나 있었습니다. 겨울인데도. 봄이 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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