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나라에서 온 엄마펭귄이

지금 만나러 갑니다. 사랑하는 아빠펭귄과 아기펭귄을...

by 서영

영화가 워낙 명작이기에 한국에서 리메이크가 된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는 우려가 더 컸었다. 그리고 개봉이 된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도 그다지 기대 되지 않는 영화였다. 내가 기억하는 원작 영화는 남녀 주인공의 풋풋함이 설레임을 주었기에 완숙한 연기자인 소지섭과 손예진에게서 이러한 감성을 느낄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그러나 실제로 영화를 보니 이보다 자연스러울 수 없었다. 두 배우 모두 제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웠다. 특히 소지섭 배우가 주는 우수 어린 분위기는 밝게 아들과 살아가지만, 세상을 떠난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 은연 중 베어나와 초반 몰입을 쉽게 하였다.


이 영화는 배경이 되는 장소가 매우 중요하다. 여주가 처음 나타나는 신비로움을 가진 장소가 집에서 멀지 않아야 하며, 번화하지 않는 조용함을 갖춘 소도시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감독의 선정은 아주 훌륭했다. 우진(소지섭 분)과 아들 지호(김지환 분)가 해질녘 걸어오는 길과 강이 어우러진 그 곳이 어디인지 찾아 가보고 싶게 만드는 욕구를 일으킨다. 또한 수아(손예진 분)이 처음 나타나는 장소인 폐쇄된 작은 기차역으로 가는 짧은 터널은 시간적 배경인 장마 기간의 비와 잘 어울리는 화면을 그려내었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문화적으로 차이가 큰 나라이다. 사랑에 있어서 긴장으로 인한 고요함과 조심스러움으로 애틋한 설레임을 표현하는 일본과 다르게 한국은 부산한 서투름과 풍부한 말과 행동으로 터질 듯한 두근거림을 표현한다. 일본 원작을 보았을 때 기억을 잃은 여주가 남주와 아이에게 다시 사랑을 느끼고 소중히 여겨가는 감정결이 이해되지 않고 지루하게 느껴졌다면, 이번 한국판에서는 여주의 감정변화와 사랑하고 있음이 잘 느껴졌다. 특히 가족간의 추억을 만들어가는 장면에서 즐거움과 행복함이 느껴져 점점 엄마가 되어가는 수아의 감정결을 잘 따라갈 수 있었다. 비록 장마치고는 비가 오지 않아 옥의 티라 할 수 있어도 영화의 진행에 있어 꼭 필요하다 생각한다. 그렇기에 후반부 아들 지호의 존재감이 훌륭하게 살아난다. 일본 원작에서는 남주와 여주만의 관계를 세밀하게 그려냈다면, 한국판은 아빠, 엄마, 아들 상호간의 애정이 모두 잘 표현되어 있다. 돌봐야 하는 아이가 아닌 충분히 잘 자랄 거라는 믿음을 주는 지호의 대사가 가장 나의 마음을 울렸다.


또한 한국의 관계지향적 문화를 보여 주는 장치로 우진의 친구로 나오는 홍구(고창석 분)의 존재이다. 한국의 현실상 싱글대디 혼자 8살 아들을 키우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드시 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원작에는 없는 홍구에게 빵집을 하고 있다는 중요한 설정과 돌아온 수아를 실제로 본 친구이자 우진이 한 사랑의 모든 과정을 알고 있는 역할이 주어졌다. 이와 반비례하여 원작과 달리 우진을 짝사랑하는 직장 동료의 비중이 줄어들었으며, 덧붙여 개그를 위해 등장시킨 수영 강사는 이준혁이라는 배우의 연기를 낭비시키는 느낌도 들었다. (동명이인으로 인해 착각할 수 있는데,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던 송중기의 늑대소년 모션을 가르친 중견 배우임.) 원작에 얽매이지 않는 인물의 재정비가 조금 아쉬웠다.


무엇보다 원작과 다른 점은 가장 임팩트가 있는 해바라기 밭을 포기했다는 점이다. 사실 가장 대체하기 어려운 배경이나 똑같이 등장시킨다고 하여도 그 감성을 뛰어 넘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이 영화에서 한 가지 간과하는 점이 해바라기 밭이 왜 관객에게 강하게 각인되었나이다. 이는 영화의 플롯과 연관이 있는데, 한국판은 전체적으로 물 흐르듯이 진행되어 후반부의 강렬함을 온전히 배우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사실 해바라기밭은 극의 마지막에만 등장하지 않는다. 기억을 잃은 여주에게 남주가 둘의 연애이야기를 들려주는 중간에도 스치듯 나온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건이 일어났지만 남주와 여주의 감정 농도에 차이를 주어 서로에게 운명일 수 밖에 없는 사랑을 강하게 드러내는 구조이기에 여주가 기차를 타고 가는 장면부터 관객의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그렇다. 배경은 중요하지 않다. 영화 제목인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글귀가 망치로 얻어맞은듯 관객에게 얼마나 깊이 있게 느껴지느냐에 따라 범작과 명작이 나뉜다.


P.S : 원작과 같이 마지막 장면에 성인 지호가 등장한다. 그가 등장하는 순간 영화관의 모든 여성 관객들이 기쁨의 탄성을 나즈막히 질렀다. 지호는 역시나 아주 멋지게 잘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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