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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xtener Jul 11. 2020

미루는 것도 기술이다

시간관리


쉼 없이 일해도 일은 줄어들지 않는 신비한 직장생활

‘영업 지원’ 팀에서 일하던 시절이었다. 현장에서 날아오는 영업 담당자들의 지원 요청은 언제나 긴박했고, 불가능해 보이는 그 요청을 어떻게든 해결하는 것이 우리 임무였기에, 퇴근은 늘 늦을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힘들다는 생각조차 할 시간이 없었기에, 그렇게 달릴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여느 때처럼 야근을 위해 팀원들과 저녁을 먹던 중에 차장님께서 물어보셨다. “우리 팀에서 일하면서 뭐가 제일 힘들어?” 잠시 생각하다 이렇게 대답했다. “일을 기한 내 끝내기 어려운 거요. 지원 요청은 매일 쏟아지고, 하나같이 긴급한 일인데... 하루는 24시간이고, 제 몸도 하나라 일이 자꾸만 미뤄지는 게 가장 힘듭니다.”


그때, 차장님이 웃으며 하셨던 말씀을 잊을 수가 없다. “잘 미루는 사람이 일 잘하는 사람이야.” 농담을 하신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성철 스님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화두였다.


우리는 무언가를 포기하는 법을 잘 모른다

워런 버핏의 전용기 조종사 마이크 플린트의 일화를 듣게 되었다. 10년 넘게 버핏의 조종사로 일한 덕에 종종 버핏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그는, 어느 날 자신의 커리어에 관한 고민을 털어놓았고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자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 25개를 적어 보게."


플린트는 한참 만에 25개의 목표를 적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5개에 동그라미를 쳐 보게." "아! 알겠습니다. 중요한 것에 집중하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때, 버핏이 물었다. "나머지 목표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것들도 놓칠 수 없는 것들이니 틈틈이 노력해서 이뤄야죠"


버핏이 말했다. "아닐세. 자네는 크게 실수하는 거야. 동그라미 친 것들 외에는 버려야 해. 중요하다고 한 5개의 목표를 전부 달성하기 전까지 나머지 20개에는 어떠한 관심도 노력도 기울여선 안 되네."


주어진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최선의 선택을 하는 사람이 승리한다.

버핏의 이야기를 듣고, 차장님이 떠올랐다. 잘 미루는 사람이 일 잘하는 사람. 덜 급한 일은 나중으로 미루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그에게 잠시 미루고.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면 상사에게 고민해 달라고 미루고. 그렇게 하며 "내 시간"을 만들어 가는 중요하다는 말씀이셨을까?


그 날 이후, 나는 두 가지 원칙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첫 번째는 매일 퇴근하기 전, 다음 날 할 일을 분류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내일 끝내야 하는 일(A), 급하지 않더라도 내일 고민은 해 두어야 하는 일(B), 끝내 하지 못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는 일(C). 그리고 A-B-C의 순서로 일을 끝내려 노력한다.


두 번째는 오늘 알게 된 일은 내일 시작한다는 것이다. 정말 급하다는 말에 하던 일을 멈추느라, 끝내지 못한 일들이 쌓여만 가던 내 삶을 바꾸고 싶어 만든 약간은 억지 같은 규칙이다. 물론 그 이후에도 많은 일들이 미뤄졌고 나는 계속 허덕거렸지만, 예전에 비해 기한을 어기지 않고 완료하는 일도 늘어났다.


시간은 늘 부족하다. 특히, 리더의 자리에 가까워 질 수록 더욱. 그래서, 오늘 무엇을 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만큼, 무엇을 미룰 것인지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간이 없다'나 '너무 바쁘다'라는 말은
'나는 체계적이지 못한 인간이다'라는 자백이거나
‘너의 요청은 내게 하찮은 것이다'라는 거절이다.

                                     - 앨런&바바라 피즈,「Answer」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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