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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랑 Dec 07. 2019

#24_고통5

가려움

가려울 때는 참을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긁는다. 


너무 세게 긁으면 피부를 뚧어버릴 테니 본능적으로 살을 해하지 않을 정도로 온 힘을 다해서 긁는다. 


긁다보면 상처가 나게 되고 당연히 피가 솟아난다. 


그래도 긁는다. 



항상 손톱을 짧게 자른다.


조금이라도 손톱이 길면, 날카로우면 피부를 칼로 난도질 한 듯 엉망이 되어버린다.



가려움은 시공간을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순간이동을 하는 듯 예고없이 갑자기 시작된다. 


가끔 게이지가 차오르는 것이 보일 정도로 가려움이 퍼질 때도 있다.



너무 심하게 가려울 때는 힘을 많이 들이는 동시에 속도도 가장 빠르게 긁는다. 


엄청난 속도로 도는 모터가 빨갛게 달아오르듯 이렇게 긁으면 마찰열로 인해 피부 껍질이 화상을 입은 듯 벗겨지게 된다. 


섬뜩한 따가움이 순간적으로 나의 신경을 예리하게 그어버리는 것과 동시에 긁던 손을 황급히 뗀다. 


통증과 격한 운동으로 인해 저린 손을 부들부들 떨며 급하게 알로에베라 병을 찾아 상처를 움켜쥐고 바른다.


상처를 차갑고 날카롭게 스치던 공기가 유리되고, 불이 붙은 듯 뜨거운 피부의 열이 알로에베라로 전이되어 식어가는 것을 느끼며 안도한다. 


바닥에 널브러진 채 숨을 몰아쉰다. 마치 1000m 트랙을 전속력으로 달린 것처럼.



흔히 모기가 물고 난 가려움을 얘기한다. 


두 가지의 가려움을 비교하자면 아토피가 100배 정도 심하다. 


가끔은 10000배 이상인 듯하다. 그러니 상처로 피투성이가 된 곳을 다시 또다시 긁겠지.



무언가를 하는 중 가려움이 찾아오면 신경질과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살아오는 내내 시달려서 날카로운 감정이 얼굴에 박혀버렸다.


다 짜증난다.



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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