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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랑 Nov 18. 2019

#12_고통2

악건성이라는 표현이 있다. 


흔히 건조한 피부나 트러블을 가진 이들이 악건성이라고 짜증난다고 하지만 진짜 악건성을 경험해보았다면 이 단어를 함부로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수십 년을 앓아왔지만 아토피의 증상은 매번 달랐다. 


가장 좋지 않았던 때 중 하나가 초등학생 시절이다. 


온 몸의 접히는 부분이 다 갈라지기 시작했다. 


차가운 가을, 겨울은 말할 것도 없고 한여름에도 갈라진 곳은 아물지 않았다. 


특히 손은 마디마다 모두 갈라져 생살이 드러났고 손가락을 몇 센티, 아니 밀리미터만 '까딱' 해도 섬짓한 통증이 엄습했다. 


주먹을 쥐거나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갈라진 곳을 조금이라도 벌어지게 하는 움직임은 찢어지는 통증과 선혈을 동반했다.


한 번은 손과 팔에 갈라진 곳이 몇 군데나 되는지 헤아려 본 적도 있었다. 


76. 아직도 그 숫자가 기억난다.


지금은 갈라지는 것과 같이 극한의 건성은 아니다. 


하지만 칼에 베이는 흔한 상처에도 머리를 내리치는 것만 같은 섬뜩함과, 생살이 갈라지는 통증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작은 아픔에도 거북이가 등껍질로 파고들듯 숨고싶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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