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속으로만 Dec 24. 2021

마음을 연다는 것

다 큰 어른을 위로하는 법

정말 몰랐다.


"요즘 어떠세요?"

"기도해 드릴 건 없을까요?"


라는 물음에

다 큰 어른들이 기다렸다는 듯 자기 얘기를 쏟아낼 줄은.


물론 생판 모르는 사람이 아니고

조금은 아는, 

조금은 신뢰가 있는 사람이 물으니

빗장을 열었겠지만,


'안 물어봤으면 어쩔 뻔 했어'

라고 생각할 만큼

사람들은 자기의 삶에 대해,

자기의 힘듦에 대해 

이야기 할 기회가 찾아온 것을 반가워 했다.


다들 이번 생이 처음이라, 

삶을 영위하는 것 자체가 버겁다고 호소하는 것 같다.


이렇게 버거운 삶인데,

누가 누구를 위로하랴.


바삐, 그냥 지나쳐도 큰 문제될 건 없지만,


반대로, 

한 1분 정도

아는 사람을 생각하고 궁금해 하고,

관심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공유해도

큰 문제가 될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잊는다.


'내 코가 석자야' 


하면서,

마치 남 생각을 할 여유가 조금도 없는 걸

세상 쿨하다고 믿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쿨하게 지나친다.


때론 진짜 못 보고,

때론 못 본 척 하면서.


"How are you?" 했을 때,

"Good" 이라고 답하는 건

대화가 길어지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고


거꾸로,

"Not too Bad"나, 

"Tired" 등 

부정적이면서 조금 더 구체적인 답을 하는 건

'나 힘든데 얘기 좀 들어줘' 라는 표현이기도 하듯이,


많은 경우 우리는

남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에도,

남이 내게 관심을 가지는 것에도

편한 마음이 되질 않는다.


보통은 그렇게 쿨하시고 앞가림 잘 하시는 어른들이

전화 한 통의 멍석이 깔렸을 때

자기의 삶과 생각을 술술 풀어내는

그리고 스스럼 없이 기도를 청하는

의외의 모습을 보면서, 


안부를 묻고 

기도할 만한 걱정은 없는지 묻는 

이 단순한 행위가

서로에게 얼마나 큰 격려와 위로가 되는지를 


또 한 번의 성탄에 즈음하여,

우연한 기회로 연락이 뜸했던 사우들과 통화하면서


처음 알았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마케팅이 싫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