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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Oct 05. 2020

50살 넘긴 사람만이 누리는
깨달음의 특권

성서의 복음서에서 가장 일찍 쓰여진 마가복음이 예수 사후 30여년이 지난 후에 쓰여졌다는 사실을 20대에 처음 접한 후, "뭐야. 이거 순 소설 아니야."란 생각이 들었고 그런 느낌은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2~30대의 나이에 30여년 전이란 그냥 '무無'였기 때문이다.


내가 50살을 넘긴 후 비로소 나는 30여년 전의 기억이 어떠한지를 알게 되었다. 5.18 광주항쟁 후 정확히 1년이 지난 대학의 교정에서 한 친구가 머리에 피를 철철 흘리면서 두 명의 전경에게 질질 끌려갔고, 나는 그때 뿌려진 유인물을 한 장 들고 화장실에 숨어들어가 부들부들 떨면서 읽고 있었다. 나의 삶을 송두리채 바꾸어 놓은 그 순간의 기억은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30여년이 흐른 후에도 어떤 기억은 뇌 속에 단단히 새겨져 있고 누군가의 말은 그 한마디 한마디가 그대로 머리에 담겨있다. 아마도 그것은 '사실 Fact' 그대로는 아닐 지도 모르지만 가장 '진실'에 가까울 수가 있다. 현대인의 삶의 시간압축 효과와 고대인의 오랄전승문화를 함께 고려한다면 어쩌면 예수 전승은 어제 일과 같은 생생한 것일 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이다.


나는 이런 생각이 매년 5.18이 가까워 오면 되풀이되어 떠오른다. (그래서 몇 년 전에도 이와 유사한 글을 쓴 적이 있다.) 많은 젊은이들에게 이제 5.18과 관련된 기억은 '無'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30여년이 흐른 후에는 지난 겨울 광화문 촛불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생생하게 남겨진 기억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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