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해변에서 혼자>(2016)

홍상수

by 로로

내면의 꿈틀거리는 욕망과, 그것을 고상하게 덧씌우는 가식, 그로인해 제3자에게 비릿한 속물근성을 노출시키는 인간군상에 대한 홍상수 특유의 묘사는 이 영화에서 역순환한다. 제3자가 속물적이라 비난하는 것의 안쪽에는 필사적으로 자신을 감싸려는 생존본능이 있고, 그 내면에는 다시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이 생생하게 꿈틀거리고 있다. 이런 역순환이 벌어진 이유는 영화의 내용과 감독 자신의 사생활을 분리하기 힘든 이 영화만이 가진 독보적인 특성 때문이리라.


하지만 홍상수는 이 영화를 통해 자기 보존 본능을 뛰어넘어, 진실한 체험으로 자기 것으로 만들기 힘든 사랑이라는 보편적 실체(또는 허상)에 직면한다. 보이지 않는 사랑은 결코 붙잡을 수가 없고 누구도 그것을 진실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고백으로도, 육체로도, 지배와 종속으로도, 눈물로도, 사랑의 속살은 결코 자신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는다.


사랑은,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감독 자신(문성근 역)이 낭독하는 안톤 체홉의 <사랑에 관하여>의 일부처럼 문학의 편린으로 어렴풋이 공감되거나, 아니면 영화 전편에 흐르는 슈베르트의 현악5중주 2악장 아다지오처럼 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온몸을 감싸거나, 또는 밤의 해변을 홀로 걸으며 느끼는 고독이 훑고 지난간 후에 남은 폐부의 텅빈 공간을 통해 감지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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